[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신서유기’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달 25일 1차 예고편을 공개한 이후 3주가 지나지 않아 2천만 뷰를 돌파하는 등 ‘신서유기’를 향한 반응이 뜨겁다. 시청자들은 말한다. ‘역시 나 PD’라고.
12일 CJ E&M은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단독 공개되고 있는 ‘신서유기’가 예고편, 제작발표회, 본편을 모두 합산해 2천만 뷰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목표라고 말했던 ‘2천만 클릭’을 3주 만에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영석 PD에게 위기가 많았다고는 하나 ‘신서유기’의 시작만큼 아찔한 순간은 없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촬영이 이뤄지기도 전에 많은 이들에게 우려와 비판을 한 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일단 도박 혐의로 자숙 중이던 이수근을 라인업에 포함시킨 것으로 첫 방송 직전까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종의 ‘특혜’로 비춰졌던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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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CJ E&M |
기존의 방송사 편성이 아닌, 인터넷 영상으로만 진행된다는 다소 낯선 방식에도 우려가 쏟아졌다. 불특정다수에게 전파를 띄우는 게 아닌 시청자들에 ‘선택권’을 주는 방식인 셈인데, 안 그래도 라인업으로 말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모험을 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대다수 누리꾼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말은 많아도 막상 시작하면 재밌을 것’이라는 무언의 공감이 시청자들 사이에 형성됐다. 라인업도 자숙 문제만 아니라면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라는 ‘1박2일’ 1기 멤버들이 모였으니 ‘중간 이상’은 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무엇보다 ‘나 PD니까’라는 말이 있듯 시청자들은 나영석 PD에 대한 믿음이 컸다.
뚜껑을 열어본 ‘신서유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나영석 PD는 방송사의 여러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물 만난 고기처럼 ‘병맛’의 진수를 보였다. 네 명의 주인공들도 각자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 손오공의 캐릭터에 완벽하게 적응해 웃음을 선사했다. 나영석 PD의 장점인 ‘편집의 힘’이 한 편 당 10분 남짓의 짧은 영상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삼시세끼’ 시리즈도, ‘꽃할배’ 시리즈도 처음에는 ‘과연 이게 될까’라는 시선들이 많았다. ‘신서유기’도 비슷했다. 게임, 벌칙, 서바이벌 없이 그냥 농사를 짓는다던가, 할아버지들이 배낭여행을 간다던가 하는 포맷은 사실 뜯어보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평범 그 자체였다. 이번 ‘신서유기’도 그저 네 명의 남자들이 동창회처럼 여행을 떠나는 ‘여행기’가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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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CJ E&M |
그럼에도 이를 성공시킨 것은 역시 나영석 PD의 힘이 크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길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 PD의 프로그램들은 기획 의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그 기획 의도는 프로그램의 중심을 강력하게 잡아주며,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한 줄로 요약 가능한 이 이미지 덕분에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선명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나영석 PD의 과감함이 그 선명한 이미지를 가능하게 만드는데, 나 PD는 요즘 예능에서 필수가 돼 버린 잔재미나 스펙타클함을 버렸다. 대신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의 드라마나 영화처럼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적 구조로 만든다. 이는 시즌제가 가능한 tvN으로 나 PD가 거취를 옮긴 후 나타난 현상인데, 그만큼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중심으로 편집이 가능해졌고, 서사적인 흐름에서 오는 탄탄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연예인들의 토크를 중심으로 하거나 게임의 나열식이 대부분인 다른 프로그램들은 프로그램의 방향이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나의 목적보다는 지금 눈앞에 놓인 잔재미를 추구하느라 ‘옆길로 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이 ‘딱 하나’ 다른 점은 바로 이런 ‘옆길로 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거다.
이는 그만큼 나 PD 스스로가 이 프로그램을 왜 만들고 있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 의도를 중심으로 이미 찍어놓은 영상들을 재조립하니 프로그램이 형성한 이미지가 흔들릴 일은 없다. 그 뚝심이 나영석 PD를 브랜드로 만들어내고, 우려와 비판이 거셌던 ‘신서유기’마저 히트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혼재해 ‘길을 잃다시피’ 한 지금의 예능판에 가장 필요한 ‘한 마디’이기도 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