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그동안 발라드와 다른 가수의 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던 가수 벤이 매우 밝고 귀여운 ‘이별 위로 송’이자 ‘힐링 송’으로 컴백했다. 늘 가만히 서서 노래했던 그가 컴백 곡 ‘루비루’덕분에 귀여운 안무와 표정, 노래 등을 동시에 선보이며 힘이 들 때 “루비루”라고 외치게 만든다.
벤은 지난 2012년 9월18일 솔로앨범 ‘오늘은 가지마’를 선공개했고, 이를 통해 3인조 보컬그룹 베베미뇽에서 벤으로서 솔로 데뷔를 알렸다. 그 후 2012년 10월10일 ‘147.5’, 2015년 6월3일 ‘소개받기로 했어’를 발표해 청아한 목소리와 가창력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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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 있는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벤이 2015년 8월25일 ‘루비루’로 컴백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서서 노래했던 그가 귀여운 안무에 표정까지 지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기에 대중의 눈엔 낯설거나 신선했다. 워낙 가창력을 무기 삼았던 가수였기에 밝고 깜찍함의 절정인 ‘루비루’콘셉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벤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었고, 본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가수를 꿈꿔왔기에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조금 더 늦기 전에 ‘루비루’같은 노래를 부르고, 귀여운 콘셉트를 해보고 싶었다. 어리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이지만 늘 나이에 비해 우울하고 슬픈 곡만을 불러왔기에 ‘루비루’로 활동하는 게 엄청 재미있다. 주변에선 어울릴까, 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스스로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웃음) 노래 경연 프로그램 덕분에 다양한 연령층의 팬이 생겼다. 어린 친구들은 나의 변화를 알아차리지만, 나이가 있으신 팬들은 발라드를 불렀던 벤이 ‘루비루’를 부르는 벤이 맞는지 깜짝 놀라거나 못 알아보는 것 같더라. 부모님과 친척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다들 ‘처음부터 이런 걸 했어야했다’고 하더라. ‘어울려’라는 말도 해주신다. (웃음)”
8월25일 서울 서초구 더리버사이드호텔 콘서트홀에서 열린 컴백 쇼케이스 당시 벤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와 노래를 부르면서 춤도 추는 가수들이 대단한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면서 춤도 추게 됐다. 심지어 이전엔 보여주지 않았던 깜찍한 표정까지 덤으로 선보여 자신이 감탄했던 이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나 스스로는 물론 가족들도 내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부모님이 쇼케이스 때 참석해 ‘루비루’무대를 봤는데 잘했다는 칭찬도 해줬지만, 코멘트도 냉정하게 잘 해주신다. 우선 예쁘고 밝은 모습으로 나오니까 좋아하시더라.”
“‘루비루’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하고 정말 걱정이 많았다. 난 원래 흥이 많은 사람인데 그동안 서서 노래만 불러왔다. 그래서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다. 이를 깨부수고자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했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려운 고비를 넘겨보니 카타르시스와 즐거움이 느껴지더라. 오히려 두려움을 이겨내니 마음이 편하다. 물론 지금도 무대를 하는 내내 어렵지만 점점 더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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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더바이브 |
“데뷔 때는 남자 꼬마아이 콘셉트라 치마는 안 입었다. 치마와 스키니진, 구두 등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5년이 지났고 스스로의 색은 본인이 찾아가야 된다고 생각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습했고 여성스러운 콘셉트도 생각하게 됐다. 예전엔 ‘루비루’같은 콘셉트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활동을 통해 느낀 게 많고, 귀여운 의상과 다양한 색상의 머리스타일 등 처음으로 해본 게 많다.”
벤 스스로 숨겨진 여성스러움을 끄집어내고 좀 더 다양한 장르에 시도했기에 대중에게 주는 즐거움은 크다. 이는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루비루’후렴구에 선보이는 시구하는 듯한 안무에는 그의 노력이 담겨있다. 본래 시구하는 듯한 안무만 표현하는 것이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노래하고 춤추기를 몸에 익히고자 최대한 신나게 연습했고 그 결과 “와우”라는 감탄사가 더해져 흥을 더하고 있다.
“야구하는 부분에서 외치는 감탄사는 원래 녹음할 땐 없었던 것이다. 댄스연습 도중 야구하는 듯한 퍼포먼스가 결정됐고, 단순히 환호하는 것이었는데 너무 심심해서 또한 안무할 때의 창피함을 이기려고 소리를 질렀다. 계속하다보니 노래의 한 부분이 된 것 같더라. 그래서 본 무대에서도 할지, 말지를 생각안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왔다. 흥에 겨워서 나도 모르게 나온 감탄사이다. (웃음)”
‘루비루’외에도 이번 앨범에는 5년 전에 비해 확실히 성숙해진 벤을 엿볼 수 있는 곡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마이 네임 이즈 벤’(My Name Is BEN)으로, 벤이 가수가 되기까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비루’처럼 귀여운 안무가 더해진 것도 아니며, 화려한 가사와 기교가 담긴 건 아니지만 “이제부터 내 얘기를 들려줄게”로 차분하게 시작돼 그 어떤 곡보다 집중하게 만든다. 분명 가수가 되기까지의 벤 이야기를 담았지만 가사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난 5년 동안 아무도 몰랐던 벤의 노력을 느끼게끔 한다.
“처음엔 ‘마이 네임 이즈 벤’으로 시작해 웃겼었다. 그러나 가사를 읽다가 엄청 울었다. ‘추운 저녁 혼자 남은 연습실’등의 매우 디테일한 가사가 컴백을 위해 연습했을 때의, 잠시 잃고 있었던 감정을 자극하더라. 그때 혼자서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당시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아직까지도 ‘마이 네임 이즈 벤’을 부를 땐 감정을 꾹꾹 참고 부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더라. 난 원래 노래하면서 눈을 감지 않는데 이 노래만큼은 오롯이 가사만 생각하고 부른다. 그냥 노래가 정말 좋다.”
“이번 앨범이 솔로로는 두 번째 미니앨범이라 2년 10개월만의 컴백이다. 그러나 사실 내 노래로 대중 앞에 서는 건 데뷔 후 두 번째이며 5년만이다. 내 노래로 많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아마 10번도 채 안될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았고 이번 컴백 때도 너무 떨리면서도 감이 안 오더라. 5년만의 컴백이며 이전과는 다른 시도를 하기에 완전히 새 출발이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컴백했다. 내 노래로 무대에 오르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는데 이루고 나니 정말 너무 떨리면서도 기분이 좋다. 연습을 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노력한 만큼 보여줄 수 있어서 좋고 연습할 때는 정말 힘들지만, 지나고 보면 그 시간이 매우 중요했음을 깨닫게 되더라. 감회가 새롭고 이번 앨범은 내겐 정말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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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더바이브 |
“‘루비루’활동은 정말 재미있다. (웃음) 앞으로도 안 해본 걸 해보는 그런 재미를 느끼고 싶다. 대중이 벤을 떠올렸을 때 노래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는 내가 계속 노력해야 될 부분이지만. 그래서 ‘루비루’로 컴백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의아해했던 대중의 의견을 그냥 받아들였다. ‘안 어울려’가 아니라 ‘노래 잘하는데 왜’였으니까.”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