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공정성’을 거듭 강조하던 대종상영화제가 자발적으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영화제에 불참하는 배우에겐 수상 명단에서 제외시키겠다며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던 게 문제였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는 제52회 대종상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구회 조직위원장, 최하원 집행위원장, 조근우 본부장, 홍보대사인 배우 최민식, 손예진 등이 참석했다.
대종상영화제는 1958년 문교부가 제정한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 예술상.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몰아주기, 흥행 위주 시상 등 매년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면서 신뢰도와 위상은 점점 추락했다. 여기에 제52회를 앞두고 있었던 대종상영화제는 2013년부터 3년간 조직위원장을 맡기로 했던 이규태 회장이 지난 3월, 방산 비리에 휩싸이면서 영화제 개최에 적신호까지 켜져 아슬아슬한 길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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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화제 측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국민과 함께 새롭게 태어나는 대종상영화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고 흠이 없는 훌륭한 대종상으로 출발하겠다는 말을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영화제 측은 ‘공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근우 본부장은 “올해부터는 참석하지 않는 배우는 상을 취소시키려고 한다. 국민과 함께 해야 하는데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불참하면 다름 배우에게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의 발언은 의문을 품기 딱 좋은 발언이었다. 연기적으로 인정받아 수상자 명단에 오른 배우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왜 ‘수상 불가’라는 통보를 받아야하며, 대리 수상 역시 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지에 대해 말이다. 특히 그들이 강조하는 ‘공정성’이 어떤 부분과 정합한지 의아심이 든다.
대종상영화제는 이미 수차례 공정성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2011년 영화 ‘써니’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던 배우 심은경은 학업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하게 되자 그를 시상 직전에 명단에서 제외했다. 또 2012년 시상식에선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23개 부문 중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15개 부문을 휩쓸어 ‘몰아주기’로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흠이 없는 훌륭한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대종상영화제는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역경을 딛고 일어나야할 때에 “불참 배우는 수상 불가”라는 영화제 측의 경솔한 발언은 스스로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일이었다. 이미 무너진 대종상영화제의 이미지는 자업자득이다. 올해는 과연 얼마나 공정하고 흠 없는 영화제로 만들어낼지도 지켜볼 일이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