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웃찾사’는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과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버티고 있는 일요일 오후로 시간대를 옮기며 ‘개그 3파전’을 형성한 후 최근 시청률 7%대를 돌파하는 등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남자끼리’ ‘백주부TV’ ‘내 친구는 대통령’ 등 화제의 코너들도 다수 생기면서 ‘웃찾사’의 ‘본방’을 사수하는 시청자들도 늘었다. 이에 ‘웃찾사’ 안철호 PD를 만나 개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철호 PD의 첫 마디는 “참 오래 걸렸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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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SBS |
Q. 금요일 심야 시간에서 일요일 저녁 시간대로 옮긴지 약 7개월이 지났다. 최근 시청률이 상승하며 안정화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 참 오래 걸렸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우리는 토요일에 편성되길 원했다. 하지만 편성팀에서 ‘어차피 하는 거 에둘러 갈 필요 있나. 일요일 오후도 좋은 시간대이고, 타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과 완전 겹치는 것도 아니니 한 번 해보자’라고 했다. 편성팀 말도 일리 있지만 저는 동종업계(개그 프로)가 괜히 경쟁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망설여졌다. 당시엔 ‘쏟아진 물이니 하자’는 심정이었는데 지금 와서는 ‘나쁜 선택 아니었다’는 마음이 든다.
처음 시간대를 옮길 때에는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앞에는 ‘코빅’이 15분 겹치고, 뒤에는 ‘개콘’이 30분가량 겹친다. 게다가 20%대의 주말극들이 버티고 있다. 이를 다 끼고 있으니 ‘사면초가’라는 단어가 딱 맞는 상황이었다. 그걸 어떻게 뚫고 나가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청층이 다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진행하고 있다.
Q. 시간대 옮기면서 가장 집중한 것은 어떤 점인가.
A. 이 시간으로 오기 전 ‘웃찾사’의 기존 시청층은 40대가 아이러니하게도 1등이었다. 그 때에는 젊은 세대의 시청층 유입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 시간대로 오면서 20대 시청층을 시키려고 노력했다. 그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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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웃찾사-남자끼리 방송 캡처 |
다른 개그 프로그램들에 충성도가 높은 20대 시청층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에 고민을 많이 했다. 최근의 TV 시청 패턴이 많이 달라져 ‘본방송’을 사수하는 경향이 많이 없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끼리’는 효자코너다. ‘남자끼리’의 일간 검색어가 상당히 높은데 처음부터 반응이 좋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첫 방송 유튜브 조횟수만 500만 뷰가 나왔다. 그 때부터 본방송 유입으로 이어졌다.
SNS에서 화제가 되니 2회부터는 본방송의 시청률이 조금씩 올라갔다. 영상을 보고 방송으로 들어오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런 파괴력 있는 코너를 올해 안에 2개 정도 더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Q. SBS 출신 개그맨들은 ‘공연파’들이 유난히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직접 제작진이 극장에서 지켜보고 데려오는 것으로 유명하던데.
공연장에서 새 코너를 픽업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장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이건 방송용’ 혹은 ‘이건 좀 더 다듬으면 괜찮겠다’는 느낌이 온다. 그렇게 무대에 올린 코너 중 생각 나는 게 ‘테니스가 배우고 싶어요’라는 코너다. 원래 이게 대학로에서는 난리도 아니었다. 막상 봤을 때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집으로 갈 때 ‘테니스~’라는 그 유행어를 차 안에서 하고 있더라.
그래서 그 다음 주에 한 번 더 보니 웃음이 나왔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진짜 웃겨서 웃는 웃음’이었고 2030커플 관객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 그래서 방송으로 가져왔는데 위에서 ‘미심쩍어하는’ 반응을 보여서 눈 딱 감고 방송한 코너였다. 그랬는데 그것도 유튜브 조회수에서 200만뷰를 넘게 찍었다. 그렇게 안착하게 된 코너다.
이런 시스템을 제가 만든 건 아니다. 7기 개그맨들이 공연장에서 2진으로 있던 김태현, 김영희, 김신영, 정만호 같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콘테스트를 해서 뽑은 기수다. 그들이 지금의 ‘웃찾사 문법’을 만들었다. ‘개콘’의 그늘을 본격적으로 벗어난 시기라고나 할까. 그 친구들은 웃음을 ‘휘몰아치는’ 스타일이었다. 웃음의 ‘템포’가 빨랐다. 2004년에 한창 ‘웃찾사’가 고공행진을 할 때 그들의 ‘쉴새없이 몰아치는 빠른 템포’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코드를 가지고 있어 신선함으로 관객들에 통했고, 그게 ‘웃찾사’의 스타일이 됐다.
Q. ‘웃찾사’가 한 때 부진했던 이유와 지금 공공연히 말이 나오고 있는 ‘공개코미디의 위기’는 어떤 이유 때문이라 생각하나.
A. ‘웃찾사’가 부진했던 건 ‘빠른 템포’가 보편화가 됐기 때문이다. 이 속도는 개그 상황에서 억지스러운 면이 있더라도 그냥 ‘내달리기’ 때문에 한 번 맛이 들리면 느린 걸 보지 못한다. 그러면서 개그의 템포가 전반적으로 빨라진 게 있다. 그 때 느낀 게 ‘공감대 개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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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웃찾사-기묘한이야기 방송 캡처 |
이 공감대 개그는 한 때를 풍미한 코드다. SBS의 ‘서울나들이’나 KBS의 ‘마빡이’ 팀이 잘 나갈 때에 문득 공개코미디가 이러다 다음 단계로 갈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소비자들은 이를 보며 ‘대본이 없네, 애드리브네’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았다. 그게 히트하고 나서 어설프게 극을 짜고 올라가면 ‘웃기고 있네’라는 말이 나올 게 뻔했다. ‘큰일났다’ 싶었다.
그런 도중에 ‘개콘’의 PD가 한 번 바뀌었는데 그 때의 PD 분께서 시트콤을 만들던 분이었다. 당연히 코미디의 템포가 길어졌다. 그 때 당연히 초반에는 시청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시기에 ‘개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 1위’로 꼽힌 ‘대화가 필요해’가 탄생하게 됐다. 그걸 보면서 ‘공개코미디가 다시 살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그게 바로 ‘애드리브, 대본이 없는 방향’의 코미디들이 정리되고 공감개그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공감개그 정점을 찍은 게 최효종이다. ‘남보원’ ‘애정남’ 등을 통해 공감을 가져가면서 호흡을 당긴 친구다. 소재가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데 호흡을 빨라지니 터지는 거다.
하지만 지금은 ‘공개 코미디의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제가 보기엔 장르가 안 통하는 게 아니라 ‘공감’ 이후 이끌어가는 코드가 부재한 것이다. 공감 개그는 이미 ‘당연한’ 게 되어버렸다.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된 거지. 이제 애드리브에서 공감으로, 그리고 공감에서 그 무언가로 넘어갈 시기다. 그 다음 코드를 먼저 찾는 이가 한동안의 개그 시장을 평정할 것이다.
Q. 지금 꿈꾸는 게 한 가지 있다면.
A. SBS 전용극장을 다시 부활시키고 싶은 것이다. 물론 새 코너 육성 차원도 있다. 하지만 개그맨들을 위해서라도 이는 꼭 부활됐으면 한다. 개그맨들이 나이는 먹어가는데 ‘웃찾사’가 아니면 손가락 빨고 있을 텐가. 공개코미디 하나 바라보고 있는 건 위험한 일이다.
저는 그럴 바에 자기 이름을 걸고 공연을 만들고, 기획도 해보고,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계획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충분히 그런 능력이 있는데 이를 다 펼치지 못하고 방송에 맞춰 흘러가는 게 안타깝다. 나름대로의 향후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고, 그렇기 때문에 극장의 활성화를 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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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웃찾사-내친구는대통령 방송 캡처 |
Q. 마지막으로 올해 안에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A. ‘웃찾사’가 많이 안정된 것은 맞지만,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게 제 임무이니 올해 안에 이 시스템을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게 있다. 막말로 ‘이대로만 하면 굴러가는’ 시스템을 바라는 거다.
‘웃찾사’의 PD가 비교적 자주 바뀌는 편이라 연기자들이 하나로 ‘쫙’ 모여있을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는다. 역량 있는 친구들이 프로그램에 한꺼번에 포진돼 있어야 프로그램이 살 수 있다. 오래도록 ‘웃찾사’에 남아있으면 좋겠지만 누가 오더라도 연기자들끼리 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시스템이 됐으면 좋겠다.
안쳘호는 SBS 소속 PD로 ‘개그투나잇’ ‘웃찾사’ 등을 맡으며 개그 프로그램을 주로 맡아왔다. 현재는 ‘웃찾사’의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