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윤아 기자] ‘루저,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 못된 양아치’ 연기를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꼭 맞게 소화하는 배우 박두식, 그는 어떤 연기자일까. 2012년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으로 박두식이 데뷔했을 때, 충무로의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이후 KBS2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에서도 양아치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다. ‘전설의 주먹’에 이어 누군가를 괴롭히면서도 왠지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더니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4’(이하 ‘막영애14’)에서도 여자 앞에서 우물쭈물 우유부단한, 둘도 없는 지질한 남자 역할을 맡았다.
극중 지질하고 껄렁껄렁한 모습이 너무 진짜 같아서 실제 박두식은 어떠냐고 묻자 “‘막영애’ 속 박두식도 내 모습”이라고 스스럼없이 답했다. 보통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실상은 이렇지 않다고 이야기를 늘어놓을 법도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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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행복한배우들 |
“이번 ‘막영애14’를 시작하면서 특별히 준비한 건 없었어요. 내가 갖고 있던 지질한 모습을 많이 발휘하지 않았나 싶어요. 모두가 갖고 있을 법한 지질함을 극대화 했고, 대본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회사원 친구들을 많이 만났죠. 제가 맡는 역할이 주로 정해져있어요. 그 스펙트럼 안에서 깊이 파고드는 편이에요.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하고 꼼꼼하게 준비했어요.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배우는 게 큰 것 같아요.”
박두식은 초등학교 때 우연찮게 시작한 연극을 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꿨다고 했다. 어린 나이지만 친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경험은 중독처럼 느껴졌고, 줄곧 연기자를 자기 업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담임선생님과 아버지는 저에게 공부를 하길 강요하셨어요. 미대 출신 어머니만이 저의 예술적인 끼를 믿고 밀어주셨죠. 심지어 어머니는 저 때문에 학교 선생님과 교무실에서 싸움까지 하셨어요. 선생님이 ‘엄마 맞느냐. 엄마라면 공부를 시켜야하지 않냐’고 어머니에게 호통을 치시는 바람에 그렇게 됐죠. 그런데 보기 좋게 예술고등학교 입시는 떨어졌어요. 부모님 볼 면목도 없고, 아버지는 당시 제가 연기의 길을 포기하신 줄 알았대요.”
그러나 박두식의 연기를 향한 고집은 어린 나이에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연영과 입시를 보겠다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포기한 줄만 알았던 아들이 다시 연기를 하겠다고 하니 아버지가 ‘연기를 정말 하고 싶냐’며 몽둥이로 내 엉덩이를 때렸다. 아버지에게 맞아 가면서도 포기가 안 되더라. 아버지도 나의 고집을 인정하시고 나서, 지금은 전폭적인 응원을 해주시고 있다”고 했다.
대학만 진학하면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란 꿈에 부풀었지만 현실은 이상과 너무 달랐다. 꿈에 그리던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지만 무대 작업에 청소하느라 늘 바빴다고 했다. “무대長이어서 항상 1학년 후배들을 챙겨서 무대 만드는 작업에만 몰두했다. 연기도 못하고, 밤낮으로 육체노동만 해야 하니 힘들기도 하고, 많이 답답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박두식은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는 정말 간절한 마음이 들더라. 낭떠러지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무대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연기를 향한 간절함은 더 커져갔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엔 힘들었는데 오히려 대학 시절 경험이 원동력이 됐다. 이후 직접 오디션을 보러 발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기회를 잡았다. 마침 친구로부터 ‘전설의 주먹’ 공개 오디션 소식을 전해 들었고, 그의 오랜 기다림과 열정은 강우석 감독 눈에 띄어 스크린에 데뷔하게 됐다. 그의 남다른 고집과 뚝심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10대로 돌아가도, 연기자로서 힘든 모든 과정을 알아도 이 길을 다시 선택할 것 같아요. 그래서 10대의 박두식에게 해주고픈 말은 ‘너를 믿고 가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진짜 뒤 돌아봤을 때 연기만을 위해 달려왔다면 믿고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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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캐릭터를 선택할 때 특이한 걸 좋아해요. 정신 나간 싸이코 역할을 꼭 하고 싶어요. 지금은 그냥 고등학생 양아치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미쳐보고 싶달까요. 하하. 혼자 오타쿠처럼 지내는 남자, 마치 영화 ‘지구를 지켜라’ 속 신하균 선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멋있는 역할은 왜 안하냐고요? 안 시켜주실 것 같아요. 하하. 제 외모도 그렇고, 나름의 틈새시장이죠. 그런데 이런 역할을 하다가 멋있는 캐릭터를 맡으면 더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