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무한도전’이 건강 문제로 방송 활동을 중단한 정형돈의 부재 속에 출발했다. ‘무도드림’ 특집으로 위기는 가까스로 넘겼지만 아직 위기의 기운은 도사리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무도 드림’ 특집이 진행됐다. 이는 멤버들의 24시간을 경매에 올려 낙찰된 금액을 모두 좋은 곳에 기부한다는 취지의 자선 경매쇼로, 실제 멤버들의 캐스팅을 원하는 예능, 교양, 라디오, 드라마, 영화 제작진들이 입찰자로 참석했다.
특히 이날은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한 정형돈이 없는 첫 촬영이었다. 유재석은 오프닝 당시 “정형돈이 많이 아파서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고 알렸고, 다른 멤버들은 “정형돈의 몫까지 우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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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무한도전 방송 캡처 |
다행히 이날 특집은 팀 플레이가 아닌 멤버들 각자의 역량이 돋보이는 특집이었기 때문에 정형돈의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각국 PD들의 숨겨진 예능감이 경매쇼를 즐겁게 했고, ‘내 딸, 금사월’이나 ‘실버그린, 고향이 좋다’ 등 ‘무한도전’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을 확인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첫 번째 위기는 넘겼지만 ‘무한도전’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아직 채 걷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정형돈의 부재는 앞으로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10년 동안 호흡을 맞춘 다른 멤버들과 달리, 이제 막 ‘무한도전’ 멤버가 된 광희가 자신의 색깔을 찾고 다시금 그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형돈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무한도전’은 3할 타자”라며 일명 ‘노잼’ 편에 일일이 위기론을 제기한다면 재밌는 편(홈런)은 줄어들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광희를 향한 시청자들의 질타도 “누가 들어왔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 PD의 의견에 일리는 있다. 광희가 아닌 유력한 ‘식스맨’ 후보였던 장동민이 들어왔더라도 비판이 따랐을 것이고, ‘무한도전’은 매번 ‘빵’ 터지지 않았지만 그 생명력과 파급력은 10년간 한결 같았다. 그럼에도 지금의 위기론은 그 근본이 다르다. 10년 애청자들의 눈에 지금의 ‘무한도전’은 그 정체성이 흐릿해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랐던 ‘무한도전’의 특집들은 주로 게스트들에 의존한 시리즈가 많았다. 큰 반향을 일으켰던 ‘바보전쟁-순수의 시대’나 ‘슈퍼파월’이라는 유행어를 얻었던 ‘무도 큰잔치’ 모두 게스트들이 큰 활약을 보였던 포맷이다. 게다가 기획 자체도 ‘쓸친소’ ‘못친소’ 등과 별 다를 바 없어 식상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이번 경매 특집도 경매에 참여했던 PD들의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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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MBC |
외국인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무도투어’, 일본의 다카시마 공양탑을 다룬 ‘배달의 무도’, 성우 체험을 통해 우리말 더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 ‘성우 특집’ 등은 의미는 높게 평가됐다. 하지만 ‘무한도전’만의 톡톡 튀는 감각을 포함하기엔 주제가 무거웠다. 그렇다고 이런 뜻 깊은 특집 이외에 ‘재미’를 추구한 특집에서 예능적 재미가 폭발한 것도 아니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서로를 쫓고 쫓으며 만들어냈던 재기발랄한 특집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이는 결코 사회적인 메시지나 감동에 치중해서 ‘무한도전’의 예능감이 사라졌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애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끔 한 번 쯤 ‘무도상사’ ‘명수는 12살’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특집과 같은 멤버들이 빚어내는 깜짝 놀랄 케미와 거기에서 오는 ‘무한도전’과 시청자들 사이의 유대감, 독특한 재미를 확인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지금의 애청자들은 지난 ‘무한도전’의 그 감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멤버들이 시청자들과의 교감에 무감각해지는 것 또한 ‘무한도전’이 경계해야 할 요소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웃음사망꾼’이라는 별명을 받은 박명수나 정준하를 보면 점점 멤버들이 시청자들과 동떨어진 웃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자아낼 만 하다. ‘무한도전’의 매력은 늘 시청자들과의 활발한 교감과 이를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반영했던 빠른 감각에서 나오곤 했다. 그 반영 속도가 현저하게 내려갔음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지적들이 과연 ‘무한도전’을 그저 ‘깎아내기’ 위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무한도전’의 큰 위기다. 적어도 ‘위기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무한도전’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유재석이 언제까지 혼자서 ‘무한도전’을 이끌어갈 수 없다. 정형돈까지 빠진 시점에서 멤버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다시금 마음가짐을 재정비할 때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