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무한도전’이 ‘그 녀석’과 ‘그 전 녀석’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물론 설문조사는 금세 삭제됐지만 설문조사의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예고편에는 유재석이 등장해 “‘그 녀석’과 ‘그 전 녀석’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는다”고 말했다. ‘무한뉴스’의 일환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노홍철과 길의 복귀 의견을 묻는 설문이 포함된 것이다.
예고편이 나가자마자 시청자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설문조사가 노홍철과 길의 ‘무한도전’ 복귀를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의견들이 다수였지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입장도 꽤 있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무한도전’ 제작진은 몇 시간 뒤 설문조사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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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왜 ‘무한도전’은 노홍철과 길의 복귀를 시청자에 물었을까. ‘만약’이라는 말로 가능성이 낮다는 걸 나타냈지만 그 밑바탕에는 ‘무한도전’에 길과 노홍철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과 다름없다. 단지 의견을 물은 것은 그 가능성에 대한 퍼센트를 따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별개로, 노홍철과 길의 복귀에 대한 물음에서 김태호 PD의 ‘위기’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무한도전’은 ‘무도 드림’ 특집으로 상승세를 타긴 했지만, 여전히 정형돈의 부재나 점점 흩어져가는 ‘무한도전’의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하는 위기론들이 도사리고 있다. 김태호 PD 스스로도 한 강연에서 “위기”라고 인정할 만큼 제작진은 어느 때보다 ‘위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김태호 PD는 이후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생중계에서 김구라가 청한 전화인터뷰에서 이 같은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태호 PD는 앞서 설문조사가 실시됐을 때에도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설문조사를 내린 것은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PD는 김구라의 노홍철·길 복귀 가능성 질문에 대해 “서로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부담’에도 ‘노홍철·길 카드’를 꺼낸 것은 정형돈 방송 활동 중단으로 인해 5인체제로 변한 것에 대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음을 뜻한다. 설문조사를 통해 노홍철과 길이 일회성 게스트로라도 초대할 가능성을 점쳤지만 논란이 커지자 아예 판을 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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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무한도전 방송 캡처 |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김태호 PD의 “가끔씩 다양한 분들과 함께 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발언을 들 수 있다. 김 PD는 지금의 5인 체제를 분명한 ‘위기’로 인지하고 있으며, 평소 극도로 언급을 아끼던 ‘그 녀석’과 ‘그 전 녀석’을 면전에 세울 정도로 김 PD의 고민은 깊고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는 것을 드러낸다. 하지만 여론이 아직 노홍철과 길의 복귀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당분간은 ‘탕아’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다면 노홍철과 길의 ‘무한도전’ 복귀는 아예 불가능할까. 몇몇 방송 관계자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크다. 가뜩이나 노홍철과 길의 복귀 문제를 ‘무한도전’이 거론한 만큼 그 시일은 더욱 앞당겨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길도 자신의 앨범 활동을 통해 조금씩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혀가고 있고, 노홍철도 tvN의 프로그램들로 본격적인 방송 복귀에 시동을 건 만큼 그런 전망들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남은 것은 ‘무한도전’이 지금의 5인 체제를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느냐다. 재기발랄한 특집으로 5인 체제를 잘 유지한다면 ‘무한도전’이 노홍철과 길을 언급해도 ‘복귀 물밑 작업’이 아닌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논란조차 이렇게 커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설문조사는 오히려 프로그램의 위기를 반추하는 계기가 됐다. 어느 때 보다 김태호 PD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순간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