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인턴기자] “움츠려있던 어깨가 펴지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10일 서울 삼성역 베어홀에서는 제 1회 ‘탈북민 재능 경연대회’가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경연대회를 찾는 발걸음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경연장은 참가자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수많은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만큼은 이 땅에서 탈북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소박한 첫걸음이지만, 관심은 뜨거웠다. .
이날 행사는 방송인 나경훈과 유니아스 팀장 이보연의 사회로 진행됐다. 심사는 세계 북한 연구센터 안창일·명지대학교 사회대학교 최경국 등 총 7명이 맡았다. 같은 날 11개 팀이 준결승을 펼쳤고, 7팀이 결승에 올랐다.
이번 경연은 재능과 열정은 있지만 그간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탈북민들을 발굴하는 자리였다. 이들의 사회활동을 적극 장려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주자는 의미도 있다.
![]() |
유니아스 윤현정 대표의 개회사로 포문이 열렸다. 유니아스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기업이다. 탈북민과 민간중심의 통일역량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및 교육을 통한 새로운 통일문화형성, 탈북민의 사회정착과 안정적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윤현정 대표는 “문화적인 소통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젊고 트렌디한 문화로 통일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이벤트는 이러한 목표에 첫 걸음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많이 격려해주셨으면 좋겠고,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민족평화통일 자문의원의 박찬봉 사무총장은 “뜻 있는 행사에 참여해서 영광이다”고 감회를 전했다. 그는 탈북민의 명칭을 ‘자유민’으로 바꾸자고 건의 한 주인공이다.
그 이유에 대해 “그들은 자유를 찾아서 왔고, 앞으로 우리가 이루어야할 통일이 자유민주통일이 되어야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총장은 “‘자유민’들이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고 있다. 잠재력이 깨어나서 성공을 하고, 통일 이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되자 탈북민 출신 배우 김진호 김현민씨가 ‘상경’을 주제로 첫 무대를 펼쳤다. 탈북민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남한의 첫 모습을 재치있는 입담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표현해냈다.
“두만강의 눈물을 기억하라. 사람다운 사람을 위해 자유를 찾아 행복을 찾아 두만강을 건넜다” 탈북 가수 김정원씨의 ‘두만강의 눈물’이 이어졌다. 짙은 호소력과 청아한 목소리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사회자 나경훈의 말처럼 ‘1급수 천연 암반수’같은 맑은 음색을 선사했다.
‘딸기맘’ 조수정씨는 ‘감사함’을 강조했다. 딸기는 북한에선 딸이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그는 과거 북한에서 첫 딸을 출산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지었다. 딸이 두 달이 되던 무렵 탈북을 감행했던 그였다. “딸에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줄 수 없었던 것은 자유였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한국으로 가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탈북 이유를 전했다. 둘째 딸은 남한에서 편안하게 출산했던 경험담도 덧붙였다.
조씨는 “살아가는 과정 중 아픔과 고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좀 부족하더라도 지난날의 고통을 생각하면 못 해낼 것이 무엇이냐고 항상 나를 다그친다”며 “순간의 행복함을 매사에 느끼고 감사한다”고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나 환경미화원 하고 싶소!” 무작정 구청에 찾아가 소리 질렀던 전은순씨는 ‘멘 땅에 헤딩’의 정석을 보여줬다. 복지관에서 봉사하며 자신도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낀 그는 우연히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부족한 체력으로 2번의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지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세 번의 도전 끝에 4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환경 미화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대학진학, 장학금 등의 꿈을 이룬 전씨는 “끊임없이 노력하며 살 것이다”라며 여전히 끝나지 않은 도전을 시사했다.
![]() |
9살 때부터 기타를 잡은 권설경씨는 화려한 기술과 특이한 주법을 사용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선희의 ‘대한민국’을 풍부한 성량과 화려한 무대매너로 소화했다. ‘앵콜’이 쏟아졌고,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 ‘반갑습니다’를 연이어 열창하며 흥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우리 아리랑’ ‘임진강’, 민족의 노래로 백미경씨는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아리랑은 가사 개사를 했다”며 “8천만 우리 겨레가 하나가 되고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가사에 담긴 뜻을 전했다.
이날 마지막 팀인 ‘어울림’이었다. 이름에 걸맞게 탈북민 뿐 아니라, 남한 사람과 조선족 멤버도 함께였다. 일본 공연을 마치고 왔다는 그들은 탈북민 피아니스트 김철웅 외 4명의 멤버들이 각자의 악기로 실력을 뽐냈다.
“압록강을 건너며 생각해왔던 조국의 의미를 흘려보냈다.” 탈북자 최초 대한민국 명강사가 된 유나이스 김나영 원장은 “성분도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이 곳에서 우리는 재능과 끼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생각하는 ‘조국’이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고 전했다.
탈북민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펌프에서 샘물을 끌어올리듯 통일을 마중하는 물이 우리 탈북민이 되어야한다”며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서로를 품어주고 사랑하고 감사하고 함께 가는 문화를 확산시켜서 다가오는 통일 시대를 맞아야한다”고 덧붙였다.
![]() |
모든 경연이 끝나고 시상의 시간, 대상은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인 ‘어울림’ 팀에게 돌아갔다. ‘어울림’ 팀은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 다방면에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우수상은 강렬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한 권설경씨가, 우수상은 ‘매사에 행복합니다’를 강연한 전은순씨가 차지했다. 권설경씨는 “다른 행사 무대에서 항상 트로트를 불렀는데 처음으로 가요를 부를 수 있는 무대였다”고 감격했다.
장려상은 자신의 출산 경험을 고백하며 감동을 안긴 ‘딸기맘’조수정씨가, 특별상은 ‘우리 아리랑’을 개사해 한민족에 대한 소망을 전한 백미경씨가 받았다. 인기상은 ‘두만강의 눈물’ 김정원씨, ‘상경’ 꽁트를 펼친 김진호 김현민씨가 영예를 안았다.
장려상의 조수정씨 역시 “나의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었고, 아내로서 엄마로서 더욱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경연대회에서 탈북민 참가자들이 가장
사회자 이보연씨는 “자꾸만 위를 바라보니 만족이 안되고 불만이 생긴다. 정체성이 어떻든 머리 숙여 감사할 줄 알면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며 행사가 갖는 의미를 전했다.
아름다운 그들을 통해 행복과 감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행사였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