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안에 천만영화 ‘변호인’(2013)이 있다. 두 편을 집필한 윤현호 작가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이 가장 돋보이지만, 이것만이 이들의 공통분모는 아니었다.
17일 오후 방송된 ‘리멤버’에서는 일호그룹에 매수된 검찰의 농간과 무기력한 변호인 박동호(박성웅 분) 탓에 죄 없는 서재혁(전광렬 분)이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를 지켜보던 서진우(유승호 분)는 권력에 대한 불신을 지닌 채 잠적했다가, 4년 만에 변호사가 돼 나타났다.
윤현호 작가의 전작 ‘변호인’은 ‘분노하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기본 메시지로 극이 펼쳐졌다. 세무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이 군사정권의 음모에 희생당한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 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변호인’은 정의와 표현의 자유, 권력의 두 얼굴 등을 다루며 전국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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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영화 포스터 |
‘리멤버’ 역시 ‘변호인’과 흡사한 인물구조와 메시지로 두 번째 홈런을 예고했다. 전작처럼 주인공 서진우는 총명한 두뇌로 미래가 촉망받는 수재. 그럼에도 따뜻한 마음과 아빠에 대한 존경심으로 똘똘 뭉친 ‘잘 자란 아이’다. 그러나 이내 가슴 속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자란다. ‘변호인’의 진우는 유신 정권의 무자비한 폭정에, ‘리멤버’ 서진우는 힘없는 서민의 목숨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향해 불같은 분노를 품는다.
그의 조력자인 박동호도 ‘변호인’ 송우석과 궤적을 같이 한다. 조폭 출신의 속물적인 변호사라는 인물 설정은 짧은 가방끈에도 오로지 노력만으로 변호사가 된 송우석과 일부분 겹친다. 또한 속물적 속성을 ‘진우’를 통해 반성하고 변호사가 된 초심을 되찾는다는 것도 비슷하다.
악마의 탈을 쓴 갈등의 축이 ‘최고 권력’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변호인’에서는 1981년 5공화국이 군사정권 초기 통치 기반을 닦기 위해 광주에 이어 부산의 서민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한 실제 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 권력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사람들을 말살한 악역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시대를 21세기로 옮긴 ‘리멤버’도 절대 권력을 지닌 일호그룹과 그의 자제 남규만(남궁민 분), 그리고 그에 매수된 검찰 등이 서민의 반대편에 서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사람을 해하는 남규만과 그의 살인 행각을 합리화시키는 아버지 남일호(한진희 분), 이들의 개처럼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모두 보는 이의 분노를 유발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양심 따윈 안중에도 없는 모럴헤저드형 캐릭터다.
‘리멤버’는 이처럼 ‘변호인’의 설정을 현대극으로 옮겨 시청자의 공감대를 더 넓히고자 했다. 전작 인물 설정이나 관계망이 워낙 촘촘했기 때문에, 그 미덕을 닮은 ‘리멤버’의 흥행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작품은 방송 3회만인 지난 16일 시청률 10%대 벽을 돌파하며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기세를 몰아 ‘리멤버’가 ‘분노한 자만이 세상을 바꾼다’는 전작의 메시지를 그대로 이어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 모두를 안길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