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예능계의 중심이 지상파에서 비지상파로, 탈 브라운관으로 점점 가속화될 전망이다.
비(非)지상파의 선전은 사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tvN이 ‘콘텐츠 강국’이 되고, 나영석 PD가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를 연이어 히트 시키면서 이미 비지상파의 역습은 시작됐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편성의 자유로움이 따르는 비지상파 방송사의 매력은 예능계에서 각종 시즌제와 실험적인 방송들을 낳았고, 이는 지상파 방송사를 위협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이런 비지상파의 성장이 콘텐츠 제작에서만 이뤄진 게 아닌, ‘영입’ 방면에서도 큰 성장을 이뤘다. 하반기에 유재석과 강호동 등 ‘예능 강호’들이 한꺼번에 비지상파로 영역을 넓히면서 지상파의 ‘프리미엄’으로 통하던 캐스팅마저도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벽이 허물어지게 됐다. 진정한 ‘무한 경쟁’으로 돌입한 셈이다.
![]() |
이에 힘입어 특히 종편 방송사는 자체 예능 프로그램을 늘리며 예능 판도에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간 예능 프로그램이 없었던 방송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김병만, 전현무, 이경규, 이수근 등 베테랑 예능인들을 앞세워 프로그램들을 론칭하고 있다. MBN에서도 ‘전국제패’ ‘외인구단’ 등을 선보이며 기존 ‘떼토크’ 형식에서 벗어나 장르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상파 출신 PD들의 비지상파 방송사 행은 이런 ‘권력 이동’에 힘을 싣는다. 비지상파 방송사에서 성공한 지상파 출신 PD 1세대인 여운혁, 나영석 PD가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이예지, 손창우 등 이름이 알려진 PD들이 지상파를 연이어 퇴사했다. 특히 이예지 PD가 SM C&C와 손잡은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그는 올해 7월 ‘미키마우스 클럽’을 연출하고 중국 예능 ‘타올라라 소년’의 제작 고문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PD들의 움직임이 2015년에 활발했던 만큼, 이들의 결과물이 나오는 2016년 예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으로 눈을 돌린 김영희, 이병혁, 김남호 PD 등은 본격 중국 진출을 선언한 후 각종 방송사와 물밑 작업 중으로 알려졌기에 ‘무한도전’ ‘런닝맨’ 등 인기 예능 포맷을 그대로 수출하는 게 아닌, ‘슈퍼아이돌’과 같은 중국 동시 방영 프로그램이 일반화되는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눈에 띈다.
![]() |
2016년에는 탈(脫)지상파를 넘어 탈(脫) 브라운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2015년 첫 웹예능 ‘신서유기’는 5천만 뷰를 달성했다. 짧은 영상을 가볍게 소비하는 이른바 ‘스낵 컬쳐’가 대중문화 전반에 나타나면서, 방송 콘텐츠도 이런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웹예능의 첫 포문을 연 ‘신서유기’의 성공으로 2016년에는 더욱 활발한 새 플랫폼 콘텐츠들이 생길 예정이다.
이미 MBC플러스와 tvN은 ‘MCN’(Multi-Channel Network) 콘텐츠를 위한 전용 채널인 코코넛과 tvNgo를 신설, 각종 웹예능을 방송했다. tvNgo는 ‘신서유기’에 이어 ‘유세윤 스튜디오’를, 코코넷에서는 토니안과 장수원, 조세호, 남창희가 뭉친 ‘호모루덴스’를 내놨다. 윤종신은 뮤지와 함께 ‘형만 믿어’를 찍어 내보였다. BJ들이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형태가 아닌 예능국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웹과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만드는 형태는 기존의 지상파 제작 구조를 깨뜨린 신선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절대 권력으로 군림했던 지상파는 2015년의 다양한 변화로 위기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다. PD들의 연이은 이탈, 예능 톱스타들의 비지상파 행, 점점 성장하는 중국 콘텐츠, 새로운 플랫폼으로 소비 시장이 움직이는 현상은 지상파를 불안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과연 이런 위기를 뚫고 지상파 예능은 2016년에도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