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훈 기자] 개저씨. 발음하기조차 조금은 거친 이 말은 개와 아저씨를 합친 신조어다. 자신의 시각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전제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일삼는 40~50대 중년층을 일컫는다. 팟캐스트에는 이런 ‘개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 육아에 열중하는 아저씨들이 있다.
‘개아범’은 목수정, 길동이, 유딩아빠, 아갈이, 딸랑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다섯 아빠의 수다로 진행된다. 두 딸과 함께 전원마을에서 살고 있는 목수정, 중 2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길동이, 최 연장자지만 가장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유딩아빠, 벙어리 아-소리칠 갈이라는 의미 있는 닉네임의 아갈이, 애들 교육 문제 앞에서 우물쭈물 주저하는 딸랑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전원주택에 살거든요. 도심에서 살지 않아요. 애들이 작은 학교에서 다니고 있어서, 도시에서와 다르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죠. 저는 그런 교육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교육 환경, 입시위주의 교육환경과는 다른 방향으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서, 이 과정에서 저는 다른 경험과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요. 지난화가 열 번째였어요. 2016년도부터는 11화가 시작되는데, 지난 화를 다 돌아봤어요. 각 코너마다 기억 남는 게 길동님의 에피소드예요. 첫 번째 이야기가 채벌이야기였어요. 채벌을 하고 받았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 스마트폰 같은 경우는 핫 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길동님한테 있었죠.”(목수정)
“‘개아범’을 하면서 인생의 한 부분이 즐거워졌어요. 스케줄이 바쁜데도 이 ‘개아범’ 스케줄 먼저 빼놓고 다른 스케줄을 잡을 정도로 중요시하게 됐죠. 그 이유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그렇고 자녀를 키우면서도 그렇고 외로울 때가 많았어요. 고객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데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죠. 집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많이 컸기 때문에 딸이나 아들도 다 자기 세계가 있어요. 유딩아빠의 경우엔 이제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앵기는 형국이니까 행복할건데.(웃음) 저는 제가 말 걸면 ‘친구하고 카톡해야 하는데 왜 말 걸어’ 하고 놀러가자고 하면 ‘친구하고 약속 있는데’라고 해서 고민하는 시기거든요.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거죠. 집사람도 제가 잔소리가 심하다보니 말을 하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어디 가서 대화를 쉽게 하거나 하지 못했죠. 여기 와서는 비슷한 나이또래 아빠들이 제가 이야기하면 웃어주고 그래요.”(길동)
![]() |
“지금 현재 제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없어요. 지금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하지만 ‘언제 해주면 될까’ 하고 있었어요. 저와 제 아내는 필요할 때 해주면 된다는 입장이었죠. 아이는 항상 필요하다고 하지만.(웃음) 아무래도 그 것을 천천히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는 거죠. 지금은 그것보다 더 다른 경험, 넓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목수정)
“일요일 날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아이가 가장 원하는 건 저보다 스마트폰이에요. 피곤해서 누워있으면 핸드폰 가져 와서 제 손에 지문을 인식시키고.(웃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목수정님이 말하기는 ‘아이한테 텔레비전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하시더라고요. 스마트폰이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소통할 수 있고 글자도 쓸 수 있고 볼거리도 많고요. 보면 애가 멍해지는 게 보여요. 어른들도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아이가 너무 집중을 하니까 최대한 늦춰줘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 기간은 각자 아빠들마다 달라요.(웃음)”(길동이)
‘개아범’에는 다섯 아버지 외에도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20대 여성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바로 감별사다. 그는 다섯 아버지들이 너무나 판에 박힌 ‘개저씨’스러운 말을 할 때 이를 교정시켜주는, 닉네임과 같은 감별사 역할을 한다. 제 3자의 입장과 다섯 아저씨들의 수다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짜임새 있는 방송이 됐다.
“우리가 다른 일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일적으로요. 그런데 일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 이야기가 나오면 재밌어요. 그런데 유딩아빠가 ‘팟캐스트를 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저는 ‘아침마당 아빠버전 밖에 안 되는 거 아니냐. 아줌마들이 하는 이야기 우리가 하는데 누가 듣겠냐’하면서 회의적이었죠. 그러다가 정말 한다면 아이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말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본다면 의미 있다는 생각이 커져서 모아졌죠. 그러나 ‘반드시 여자 하나는 필요하다’라고 말했어요.(웃음) 그렇게 해서 감별사가 끌려왔죠.”(목수정)
‘개아범’은 ‘개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 모인 아저씨들이다. 하지만 인생과 젊은이들에 대해 논하기는커녕 훈육과 육아를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자신을 닮은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거울 속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듯 한 느낌을 받고, 아이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결국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거예요. 우리가 얼마나 인생을 얼마나 만들어줄 수 있겠어요. 부모의 역할은 참고,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켜봐주는 것 같아요. 이걸 못 기다리니까 혼을 내고 아이를 끌고 가는 거죠. 아이를 볼 때 있어서 하나의 인격체로 봐요. 내 자식이 아니라 한사람이라는 거죠. 그 사람의 판단으로 그의 인생을 살아갈 때 있어서 나는 그 옆에서 그걸 잘 지켜보는 역할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제일 어려운 일이죠.”(목수정)
“‘개아범’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없어요. 사회생활의 경험적으로 봤을 때 그런 생각들이 본질을 많이 훼손시키더라고요. 저는 본질을 훼손시키지만 않으면 어떤 형식으로 가도 상관은 없어요. 그냥 여기서 이야기를 하면서 자녀 교육에 대해서 스스로 고민하는 것보다는, 이게 나은 거라고 봐요. 제가 모든 것을 캐치할 수 없으니까요. 여기 오고 나서는 고민의 폭이 넓어지고 아빠라는 위치에 대한 자세가 많이 바뀌었죠. 아이들도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길동이)
육아는 더 이상 여성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은 사회진출을 하게 됐고 남도 여성과 함께 아이를 더 좋은 방향으로 기르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매진한다. 이제 막 이 트렌드에 따라가는 남자들이라면 ‘개저씨’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아이가 행복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려면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죠. ‘나도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냐’했고 우리는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웃음) 결국 행복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육아라고 생각해요. 이걸로 인해서 행복에 한발자국 다가서는 것보다 좋은 건 없을 것 같아요.”(유딩아빠)
“원래 이렇게 길게 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두 세번 해보고 괜찮으면 계속하고 아니면 말자 했거든요. 청사진이 있거나 장기적인 플랜이 아니었죠. 우리끼리 수다 떠는 거 자주 만나서 할 필요 있나 싶었는데, 이게 정말 재밌는 거예요.(웃음) 서로 말을 못해서 안달이고. 아주머니들보다 더 심하게 수다를 떨어요. 그러던 중에 갑자기 개아범들이 ‘원래 2주에 한번이긴 했는데 그냥 1주에 한 번씩 하자’라고 주장을 하더라고요.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해서 수다를 떠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 배워 나가가자.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배우면 바로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니까’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수많은 애피소드들이 기억에 남아요. 저 같은 경우엔 ‘참 다들 다르게 키우는 구나’해요. 같은 일을 해도 접근하는 게 묘하게 달라요. 이런 다양한 시각을 배워나가는 거죠.”(유딩아빠)
* ‘개아범’
2015년 10월25일 ‘1화. 사랑의 매. 1부’로 첫 방송. 12월27일 ‘10화. 겨울방학. 3부’까지 휴식기 없이 방송 진행 중. 매주 일요일 업로드.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주로 비디오 파일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팟빵’ 어플리케이션으로, 애플 기기에서는 ‘Podcast’ 앱으로 즐길 수 있다.
유지훈 기자 ji-hoon@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