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배우가 작품마다 각기 다른 옷을 입듯, 작품도 서로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주제나 이야기에 따라 다른 느낌을 내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시대를 그리는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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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 vs ‘모던보이’
‘암살’은 중국에서 자란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이 임시정부의 대장 염석진(이정재 분)의 지시로 친일파를 암살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경성으로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과정에서 안옥윤의 숨겨진 가족사와 동료의 배신, 그리고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과의 운명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33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군과 그 사이에 몰래 포진하고 있던 임시정부의 이야기를 ‘암살’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특히 이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잊힌 독립군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역할도 했다.
‘암살’은 1930년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암살사건을 그린 소재의 영화 ‘모던보이’를 떠올리게 한다.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과 독립운동을 돕는 댄서의 사랑을 그린 ‘모던보이’는 ‘암살’과는 다른 분위기를 뿜어낸다. ‘암살’은 독립운동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야기를 진지하게 전개했다면, ‘모던보이’는 이보단 조금 더 가볍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지만 두 이야기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암살’과 ‘모던보이’의 의상감독이 동일한 사람이라는 점인데, 두 작품에서 느껴지는 그의 감각은 어떻게 같고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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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영화
최초의 한국전쟁 영화 ‘철모’를 시작으로, ‘피아골’ ‘장마루 촌의 이발사’ ‘돌아오지 않는 해병’ ‘은마는 오지 않는다’부터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고지전’까지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는 꾸준히 등장해왔다. 그러나 이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각기 다르다.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근원적 문제에 접근해 한국전쟁을 풀어나갔다. 이어 ‘장마루 촌의 이발사’는 한국전쟁 후 성 불구가 된 남자와 여자의 변함없는 사랑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해석한다. 같은 배경을 다뤘지만 각각 다른 소재를 선택한 것이다.
반면에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항상 긍정적인 존재로 여겨졌던 미국에 대해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영화도 존재했다. 안정효의 동명 소석을 영화화한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 머물렀던 미국들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당시의 비극을 좀 더 넓게 해석했다.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