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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클립서비스) |
“왜 더 빨리 뮤지컬을 만나지 못했을까요? 늦게 뛰어든 만큼, 항상 위태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무대에 서고 있어요. 불안하면서도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커요. 언젠가 ‘섹시가수 아이비’가 아닌 ‘뮤지컬 배우 아이비’로서 인정받는 날이 오겠죠? 꿈 같던 ‘위키드’가 현실로 다가온 것처럼.”
대중 가수로는 11년, 뮤지컬 배우로는 6년차다. 한 때 섹시 가수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아이비가 요즘은 카메라가 아닌 무대에서 살고 있다. 관객들과 만나 소통하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단다. “이전에 비해 대중들의 관심을 덜 받는 게 서운하지 않냐”고 물으니 “전혀요. 오히려 ‘더 빨리 뮤지컬 무대를 찾을 걸’ 하는 후회뿐이에요”라고 답했다.
“주변에서 앨범은 언제 내냐고 묻는데… 글쎄요, 솔직히 지금은 무대가 너무 좋아서 음반에 마음을 돌릴 여유가 없어요. 한 작품이 끝나면 또 새로운 작품을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요. 6년간 한 우물만 파다보니 이제야 창법이나 성량이 조금씩 변화되는 것 같아요. 당분간은 완전히 감을 찾을 때까진 무대를 떠나고 싶지 않아요. 대중 가수로 활동할 때는 못느꼈던 마약 같은 매력을 포기할 순 없죠. 끈끈한 ‘동지애’, 작품이 끝날 때마다 느껴지는 엄청난 ‘뿌듯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을 느껴요.”
아이비는 최근 뮤지컬 ‘위키드’의 금발 마녀, ‘글린다’ 역으로 전격 캐스팅 됐다.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이 작품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반항을 일으킨 글로벌 뮤지컬이다. 오즈의 두 마녀를 통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선과 악’의 개념을 완전히 파괴, 기발한 상상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국내 초연에는 옥주현 박혜나 김선영 정선아 김보경이 출연했으며, 올해에는 아이비와 차지연이 새롭게 발탁됐다.
아이비는 “대중 가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선입견을 가진 관객들이 많다”며 “이번 작품은 초연 때 워낙 쟁쟁한 실력자들이 대거 출연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너무 기쁘면서도, 부담스럽고 걱정이 많이 돼요. 이런 대작에 누가 되진 말아야할텐데…압박감 때문에 악몽도 자주 꿔요. 결국 이 모든 걸 이겨낼 방법은 연습밖에 없더라고요. 오디션 합격 후 6개월째 성악 레슨을 받고 있는데, 공연 전까지 사활을 걸고 매진할 생각입니다.”
큰 도전을 앞둔만큼, 주변의 시선도 적잖게 의식되는 듯했다. 검증된 가창력에 뜨거운 인기, 이미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도 입지를 굳힌 그가 아닌가. 자신감을 가져도 될법한 그가 겸손함을 넘어 소심한 모습을 보이는 게 어딘가 안쓰러웠다. 아이비는 “뮤지컬 배우로 처음 데뷔했을 때, 부족한 성량 등을 지적 받으며 쓴소리도 참 많이 들었었다”고 털어놓았다.
“공연 관람 후기를 꼼꼼하게 찾아 읽는 편인데, 예전엔 칭찬 보다 질타가 더 많았어요.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고, 겸허히 받아들였죠. 분명 부족했고 어설픈 부분이 많았으니까요. 그래도 사람이다 보니 움츠러들게 되는 부분은 있더라고요.”
↑ (사진=클립서비스) |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환호와 칭찬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결코 안주하지 않는 그였다. 아이비는 “큰 역할을 맡게 된 만큼 이번엔 정말 잘하고 싶어요. ‘위키드’는 분명 제게 큰 성장이 될거에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어떻게든 해내고야 말거거든요. 하하!”
본격적인 연습을 앞두고, 그는 대본과 소품, 의상까지 세심하게 분석 중이다. 성악 레슨은 기본, 틈틈이 체력 관리도 게을리 하
한편, 뮤지컬 ‘위키드’는 대구에서 먼저 공개된 뒤 서울 공연으로 이어간다.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는 5월 18일부터 6월 19일까지 4주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7월 12일부터 8월 28일까지 7주간 각각 공연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