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방송사들이 자사 이름을 걸고 ‘웹예능’을 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방송사 표 ‘웹예능’이 지금의 웹콘텐츠 시장과 방송사 시스템, 그 사이의 ‘제 3의 생태계’를 조성해 눈길을 끈다.
tvNgo ‘신서유기’나 MBigTV ‘허리케인 블루’ ‘꽃미남 브로맨스’ 등 방송사 표 ‘웹예능’이 최근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신서유기’는 시즌1에서 5000만 뷰를 달성했고, ‘허리케인 블루’는 온라인에서 화제를 이끌며 MBigTV의 존재감을 알렸다. ‘꽃미남 브로맨스’ 또한 하루 만에 12만 뷰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금의 ‘방송사 표 웹예능’은 유튜브 스타나 인기 BJ가 소속돼 있는 MCN채널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닌 방송사의 모바일 콘텐츠 채널이 웹예능 포맷과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보니 프로그램 자체의 공식은 기존 TV 프로그램의 형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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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식이다 보니 방송사들이 내놓은 웹예능을 진정한 ‘웹예능’으로 봐야 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터넷 스타들이 1인 방송 시스템을 통해 확장해놓은 웹예능 시스템의 매력을 방송사 표 웹예능이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분명 방송사 표 웹예능은 기존 웹예능 콘텐츠들보다 방송 기준을 방송사에 맞춘 듯한 느낌이 있다.
이에 대해 한 MCN채널 관계자는 “방송사를 끼고 하는 MCN채널이나 방송사 자체 모바일, 온라인 콘텐츠 제작팀은 아마 더 민감한 부분이 많을 거다. 아무리 웹예능 콘텐츠라지만 ‘간판’이 방송사 이름이기 때문에 그 방송사의 이미지로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C의 모바일 콘텐츠 채널인 MBigTV를 총괄하는 MBC 박현석 CP는 “방송사는 넓을 방(放)을 쓰는 방송이다. 헌데 모바일은 방송보다 대상이 넓지 않다. 모바일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협(좁을 협,狹)송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 소비자의 감각을 알아가는 게 정말 중요하지만 제작진도 지상파 시스템에 적응돼 스스로 달라지기 힘들고, 잘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방송사 온라인, 모바일 채널들은 굳이 지금의 웹세계의 ‘거칠고 날 것의 분위기’를 따라가야 하느냐 반문하고 있다. 박현석 CP는 “다양한 콘텐츠가 공존해서 좋긴 한데 웹환경은 소비자와 공급자 구분이 따로 없어 ‘그저 소비하고 싶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선정적인 콘텐츠가 대량 양산되기도 한다”며 지금의 웹 생태계의 부정적인 면을 짚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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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정적인 면은 걷어내고 방송사의 ‘파급력’은 담은 새로운 웹 예능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지금의 방송사 표 웹예능의 상태다. 본래의 웹 콘텐츠 이용자들이 보기엔 부족할지 몰라도 더 넓은 인터넷 유저들을 웹예능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콘텐츠 소비층으로 흡수하는 게 목표라는 거다.
기존 웹 콘텐츠 유저들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을 웹 콘텐츠 플랫폼에 유입하기 위해 방송사 웹 예능들은 다양한 방법을 꾀하고 있다.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김제현 콘텐츠운영국장은 “예능이나 연예 뉴스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이 많이 방문하는 대형포털을 통한 웹예능 유통은 동영상 뉴스 등과의 연곌르 통해 더 다양하게 이슈될 수 있는 것들이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하며 “더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유통되는 만큼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홍보방식을 통해 유저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웹 플랫폼과 방송사 양측의 소비자를 끌어들여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야 하는 방송사 표 웹예능 프로그램들은 TV편성을 위해 이를 더욱 원활하게 할 예정이다. 김제현 국장은 “별도의 재편집을 통해 웹예능으로 기획된 콘텐츠를 TV에 편성했다. 온라인 유저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TV 시청자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이 많아 이를 수렴해 편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MBC 박현석 CP 또한 “기존의 방소사 프로그램이 웹으로 가서 2차 소비가 됐던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웹 콘텐츠가 방송사로 옮겨가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며 “웹 콘텐츠의 TV편성이 그만의 매력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는 시선이 있는데 사실 지금의 방송사 웹예능 콘텐츠들이 기존의 프로그램과 시간만 짧을 뿐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TV편성이 지금의 시스템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꽃미남 브로맨스’의 TV편성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TV와 웹 플랫폼을 오가며 웹 예능 플랫폼 자체를 TV 시청자에 익숙해지도록 만들겠다는 게 일단 방송사들의 일차적 목표. 그 과도기적 상황에서 지금의 방송사 웹예능들은 웹 플랫폼과 방송사 사이에 걸쳐있는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게 됐다. 지금의 포지션을 긍정적으로 이용해 웹 플랫폼의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포부다. 방송사들의 원대한 웹예능 진출은 과연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