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고향과 달리 하늘에 별을 찾아볼 수 없는 서울의 밤을 보면서 만든 노래인 ‘별빛이 내린다’는 의도와 달리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한다. 이성에게 반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등장하는 ‘별빛이 내린다 샤라랄라랄라라’라는 멜로디는 눈앞에 상상한 것을 그려내는 마력을 지녔다. 듣기만 해도 눈앞에 영상이 그려지는 노래. 그게 안녕바다 음악이 가진 힘이다.
이번에 안녕바다가 3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밤새, 안녕히’ 역시 듣고 상상하며 그려낼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위안’이라는 글자가 자리하고 있다.
“저희도 연주하면서 위안이 되는 노래들로 골라봤다. 사람들이 외로운 밤을 견딜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봤고 저희도 스스로 노래를 만들면서 위안을 받았다. 데뷔 때부터 넣었던 일렉트로닉적 요소를 하나씩 덜어내려고 했고 악기의 질감을 살리고 본연의 사운드 연구를 많이 했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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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플럭서스 뮤직 제공 |
총 11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냥 넘어갈 트랙이 없다. 그만큼 수록곡에도 공을 들여 타이틀곡의 의미가 크진 않다. 그 가운데에서 ‘왈칵’이 선공개 곡, ‘그곳에 있어줘’가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었는데 두 곡은 스토리부터 뮤직비디오까지 연관성이 드러난다.
“‘왈칵’이랑 ‘그곳에 있어줘’는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두 곡을 연달아 선보이려고 했다. ‘왈칵’은 상대방의 왈칵 쏟아져 내린 눈물에서 나를 본다는 이야기인데 ‘그곳에 있어줘’는 왜 그 사람이 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일부러 염두에 두고 쓴 곡은 아니데 읽다 보면 연결되어 있더라.”(나무)
안녕바다는 이번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수록곡 ‘밤새, 안녕히’를 통해서 2014년 4월 발생했던 세월호 사고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졌던 사고였던 만큼 안녕바다에게 끼친 영향도 컸다. 당시 나무가 썼던 메모 한 장에서 시작됐다.
“2014년 4월16일 밤에 메모를 했는데 ‘바다에 있는 아이들, 유가족들 모두 밤새 안녕히’라고 썼더라. 그걸 발전시킨 앨범이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도 있고 그 안타까움을 담은 곡이다. 우려를 표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나무)
노래로 풀기엔 너무 아프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뮤지션으로 사회 문제를 이야기해야 된다는 사명감이었을까. 하지만 안녕바다는 사명감이 아닌 유가족을 향한 위로고 아픔을 함께 나누자는 공감이었다.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던 안녕바다는 당시 감정을 잊지 못한다. 자신들이 위로를 전하러 갔지만, 오히려 큰 위로를 받고 나왔다. 그게 음악의 힘이라고 이야기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뮤지션들 중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걸 사람들이 한두 번쯤 생각했으면 하고 던져주는 분들이 많다. 저희도 영향을 받았고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됐다. 저희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고 희생된 아이들이 안타까웠기 때문에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걸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다른 생각은 없다.”(우명제)
이번 앨범은 오랜만에 발표하는 정규 음반이기도 하지만 안녕바다가 결성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에 발표된 음악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앨범으로 하고 싶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안녕바다는 바통을 청자들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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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제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이 재미있더라. 기억에 남았던 리뷰가 있었다. 저희 음악을 ‘나뭇가지로 주변에 원을 그려주는 노래, 어설픈 혼자를 만들어주는 노래’라고 표현을 했는데 본 순간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나무)
“노래를 들어보시고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정답이다. 많이 생각하고 만들어도 쓴 사람 입장에선 사랑 노래일수도 있지만 힘들거나 외로울 땐 저는 위로를 받았었다. 이번 앨범으로 저희가 많은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런 걸 떠나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만한 앨범이면 좋겠다는 생각한다.”(우명제)
“음악뿐 아니라 책, 영화 등 자기 인생을 바꿔주는 작품이 있다. 저희 앨범이 듣는 분들에게 힘이 되고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앨범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예비군 훈련에 갔을 때 제가 안녕바다라고 소개를 하면 함께 훈련 받던 분들이 ‘전 여자친구가 엄청나게 좋아했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웃음) 각자의 삶에 저희 음악이 들어가 있다는 게 뿌듯하다. ‘밤새, 안녕히’가 2016년에 나온 앨범이지만 10년 뒤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면 성공한 밴드라고 생각한다.”(우선제)
긴 공백을 넘어 나온 앨범이기 때문에 안녕바다는 공연이 고팠다며 공연 계획을 전했다. 8일과 9일 여는 단독 콘서트에 모든 걸 쏟아부으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다음 앨범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벌써 구성하고 있었다. 5집 앨범 소재 예고와 함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요즘 SNS상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더라. 웃어넘길 수 있는 일도 물어뜯을 것처럼 달려드는데 다들 예민해져 있다. SNS 안에 갇혀서 이게 전부인 것처럼 보는 경향도 있다. 저희끼리는 자제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그거에 대한 이야기를 5집에서 하고 싶다. 너무나 사람들이 마음이 닫혀있고 아파하고 있는 것 같다.”(나무)
“마지막으로 앨범을 1번부터 11번까지 들어줬으면 좋겠다. 길어야 50분이다. 드라마 한 편 보는 시간이다. 전 어렸을 때부터 풀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걸 좋아했다. 그걸 아직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1번부터 끝까지 들어본다면 새로운 취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저희 음악이 아니라도 괜찮다. 아이돌 음악이건 밴드 음악이건 그렇게 트랙이 정해져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승전결이 느껴질 거다.”(우명제)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