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요즘 시청자들에겐 생소한 ‘공채 MC제도’. 22년 만에 부활한 이 제도가 사실은 스타 MC들을 만드는 산실이었다.
공채 MC 제도는 아나운서, 개그맨, 탤런트 공채 제도처럼 일정 시험을 거쳐 전문 MC를 양성하는 제도다. 각 방송사 마다 존재했던 공채 MC 제도는 MBC가 1989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후 SBS가 1994년 공채 MC를, 1999년 아리랑TV, 매일경제 TV 등 다양한 채컬에서도 공채 MC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MC 공채 출신 연예인으로 유명한 사람은 허수경, 조영구, 이매리, 지석진 등이다. 허수경은 1989년 MBC 1기 공채 MC로 데뷔, 1993년 MBC 연기대상 TV MC부문 특별상, 1996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MC 영역을 넘어 그는 라디오 DJ 등에도 역량을 발휘해 라디오 상도 다수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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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구는 1994년 SBS 공채 전문 MC 1기 출신. 그는 이후 SBS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MC와 리포터로 활약했다. 조영구가 가장 빛난 프로그램은 SBS ‘한밤의 TV연예’로 21년 동안 리포터 자리를 지키며 다양한 스타들을 만났다. 이외에도 아침 방송, 예능 프로 가릴 것 없이 MC와 리포터, 패널로 활약하고 있다.
이매리는 1994년 MBC 3기 공채 전문 MC 출신으로, 주로 방송 MC를 맡다가 2003년 연기자에 도전,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를 선보였다. 지석진은 KBS 개그맨 공채와 SBS MC 공채에 모두 붙는 등 방송 진출 당시부터 예능감을 인정받은 인재였다. 조우종, 곽현화는 KBS에서 진행한 서바이벌 MC 발탁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력이 있다.
이처럼 MC 제도는 다양한 인재들을 배출했다. 이에 1993년에는 MBC 공채 MC 시험이 8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록은 당시 MBC 공채 탤런트 시험과 사법고시 경쟁률보다 치열한 수치였다. 당시 언론들은 전문 MC가 촉망받는 직업으로 떠올랐다고 연일 보도했다.
심사위원들로는 각 방송사의 제작 간부들과 국장들이 자리했고, 서류와 면접 실기 등 3차 시험을 통과해야만 공채 MC의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기수마다 한 두 명 정도만 뽑히는 ‘엄격한’ 시험이기도 했다. 각 방송사는 아나운서, 탤런트 공채 시험과 공채 전문MC 제도를 차별화시키기 위해 외모나 여타 다른 요소들보다 ‘진행 실력’을 우선으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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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016년 새롭게 뽑힌 공채 MC 2인 공유미(좌), 권세린(우) / 사진제공=공유미, 권세린 |
절대적인 실력 위주의 평가 덕분에 공채 MC로 뽑힌 인재들은 탄탄한 기반을 갖췄음을 인정받았고, 결국에는 전문 MC 출신들의 스타들이 다양한 역할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통해 기초가 탄탄해 쌓아올린 경력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하지만 그랬던 MC제도는 아나운서의 예능 프로 출연, 배우와 개그맨, 탤런트의 MC 도전이 줄을 이으면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 MBC는 1994년 더 이상 공채 MC 전형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공채 MC의 폐지를 인정했다. 불과 1993년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던 공채 MC 제도가 1년여 만에 실효성을 잃고 명맥이 끊기게 된 것. 당시 아나운서, 탤런트 등 전문 MC를 대체할 만한 인력이 풍부하다고 판단, 전문 MC 육성 제도가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와 폐지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22년 만에 MC 제도는 MBC에서 다시 부활했다. 2016년 2월 MBC는 공채 MC 제도를 신설했고, 공유미, 권세린이란 2명의 ‘공채 MC’를 뽑게 됐다. 아직은 이들이 공채 MC로 발탁된 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진 않았지만, 조만간 MBC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들의 역량을 키우고 MC 제도를 고착화 시킬 예정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