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아이돌에게 이제 이미지보다,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게 생겼다. 바로 ‘인성’이다.
최근 아이돌 시장에서 인성이란 단어가 흔하게 쓰이고 있다. 키가 작은 메이크업 담당 스태프를 위해 다리를 한껏 구부려주는 이른바 ‘매너다리’는 이제 가장 흔한 ‘인성 인증 방법’이 됐다. 스타의 사소한 배려를 내세워 ‘인성 갑(甲)’으로 홍보할 만큼 아이돌 시장에서 인성은 가장 인기 있는 마케팅 수단이 됐다.
이는 아이돌에게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인성 문제로 직격타를 받은 스타들이 발생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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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한 태도를 팬들에 지적받았던 장현승은 논란 끝에 결국 비스트를 떠났고, NCT 태용도 데뷔하자마자 과거 논란에 휩싸여 V앱을 통해 “어렸을 때 잘못된 행동으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고 에둘러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Mnet ‘프로듀스 101’ 출신 연습생들은 시시때때로 터져 나오는 과거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반대로 인성 덕분에 흥한 아이돌 멤버들도 있다. 비투비 육성재는 과거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당시 기계 오류로 판정이 번복되자 본인이 승리를 했음에도 프로그램 특성을 고려해 기권을 선택했다. 이는 두고두고 개념 아이돌 일화로 회자됐다. 비원에이포, 에이핑크, 오마이걸 등 팬들을 향한 정성스러운 역조공도 팬들에게 인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패턴이다. 과거의 아이돌은 그저 예쁘고, 멋있으면 모든 게 용서가 됐다. 우리 오빠 혹은 우리 언니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무조건적인 ‘복종’이 과거의 팬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TV나 앨범 속 스타들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에 그쳤던 팬들은 항상 ‘내 가수’보다 위치가 낮았다.
최근 아이돌 팬덤의 권력은 전보다 꽤나 세졌다. 요즘 팬들은 팬카페, 인터넷 포털, 각종 SNS, 커뮤니티, V앱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스타들의 진짜 모습을 볼 기회가 전보다 많아졌다. 팬들과의 소통창구가 극소수였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시선으로 스타를 볼 수 있게 돼 이미지는 더 이상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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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미지 대신 인성이 아이돌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로 떠오른 이유는 팬들의 주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팬덤은 ‘내 가수’를 위해 존재하고, 최종 목적은 ‘내 가수를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팬덤들은 음원 파급력 등을 통해 스타와 동등한 위치에서 윈윈하는 관계로 거듭났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은 팬덤을 조금이라도 소홀하게 생각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아이돌 멤버에 쉽게 등을 돌린다. ‘나도 존중해주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거다. 아이돌에게 인성은 주로 평소 팬들에게 하는 행동으로 정의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성이 곧 팬들을 대하는 자세가 되고, 팬덤의 주권이 높아진 만큼 그 인성이 사랑받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물론 평소 봉사활동이나 기부를 많이 하고, ‘워낙 착하다’는 주변 동료들의 말도 인성을 입증하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인성 문제에 휩싸이는 스타들은 팬들을 향한 배려가 부족했던 인물들이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는 속담은 지금의 아이돌 시장 속 인성 유행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가장 짧고 명료한 한 마디가 됐다.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은 여러 차례 “아티스트의 인성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많은 소속사들이 실제로 인성 교육을 연습생 커리큘럼에 포함시킨다. 아이돌 스타들은 청소년에 영향을 끼치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욱 행실에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고른 팬덤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인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이돌에 부는 인성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