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MBN스타 최준용 기자]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 ‘부산행’이 칸에서 첫 공개됐다.
69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초청된 ‘부산행’은 13일 오후11시45분(현지시각) 프랑스 칸에 위치한 뤼미에르 극장에서 레드카펫과 공식 스크리닝을 열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스릴러, 공포, SF 등의 장르 영화 중 독특한 작품성과 흡입력을 가진 감독들의 작품 중 매회 2, 3편을 선정해 초청하는 부문이다. 한국 영화는 앞서 ‘달콤한 인생’(2005), ‘추격자’(2008), ‘표적’(2014), ‘오피스’(2015) 등이 초청된 바 있다. ‘부산행’은 한국영화로 다섯 번째 초청작이다.
다소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산행’을 관람하기 위해 일찍부터 줄을 섰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때론 박수를 치며 웃었고, 주연배우들을 응원했으며, 감동적인 장면에선 눈시울을 붉혔다. 영화가 끝난 뒤 5분 가량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칸 영화제에서는 매 작품마다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5분 이상의 기립박수를 선사하는 것이 예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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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은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가운데,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사투를 그린 재난 블록버스터 프로젝트이다. ‘돼지의 왕’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이며, 공유와 정유미가 주연을 맡았다.
‘부산행’은 좀비물이지만, 그 속에 무관심 속에 해체되는 가족의 아픔, 그리고 가족애 여기에 국가적 재난에 대한 무능한 대처를 보이는 정부에 대한 비판, 무한 이기주의 등을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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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 속 등장하는 마동석의 존재는 눈부셨다. 임신한 아내 정유미의 남편 역할 맡은 그는 뜨거운 가족애를 상징하며 관객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등장하는 신은 어김없이 웃음이 터졌으며, 가족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에선 박수갈채를 받았다. 정유미 역시 마동석과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 부부 호흡을 보여주며 영화 속 힘을 실어줬다.
아역 김수안의 활약도 눈부시다. 천재 아역이라 주목받는 김수안은 무너지는 가족과 무한 이기주의에 찌든 현대 사회 속에 때묻지 않은 순수와 희망을 상징하는 역할로 분해 극의 흐름을 책임진다. 극중 아버지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후반부 오열 신은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유미와 함께 터널에서 노래를 부르는 김수안의 모습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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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의 변신도 눈부시다. 증권 펀드 매니저로 분한 그는 무관심한 가장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역할을 통해 새로운 진가를 십분 발휘한다. 영화 속 무한 이기주의의 정점으로 현실감 있는 연기력을 뽐낸 김의성은 등장 만으로 칸의 미움을 톡톡히 받았다. 영화 속 그의 얄미움 때문인지 관객들은 그가 응징을 당할 때 통쾌함을 느낀 듯 커다란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영화가 끝난 뒤 외국 관객들의 반응은 각각이었다. 영화에 대해 50대 남성 관객은 인터뷰에서 “어메이징했다. 특히 힘센 남자(마동석)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선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2명의 20대 프랑스 여성들은 여성 배우들에게 주목했다. 그들은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다. 정유미와 함께 걷던 김수안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2명의 30대 스위스 여성들은 “내용이 전체적으로 무서웠다. 영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대체적으로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부산행’은 한국에서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다.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