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이 제69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현지에서도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칸 데일리를 발간하는 스크린인터내셔널은 "최근 한국에서 나온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추어올렸다.
한국에서도 280만여명(이하 18일 영진위 기준)을 동원하며 흥행을 달리고 있는 '곡성'은 "최고의 영화",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는 호평과 함께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극단의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찜찜하고 기분 나쁘다"는 일부 평가도 뒤로 하고 얼마나 찜찜한지 관객이 직접 확인에 나서게 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내 돈 주고 샀다"는 관객 평도 공감한다는 이들도 많다.
분분한 평가에도 '곡성'의 초기 목표는 달성한 듯 보인다. 210만여명이 본 나홍진 감독의 전작 '황해'의 스코어를 뛰어넘었다. 500만여명이 본 '추격자'를 넘기엔 아직 멀었으나, 여전히 실시간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최종 스코어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연쇄 사건 속 소문과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곡성'은 '추격자'와 '황해' 등 나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른 스타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현재까지 감독의 노림수는 통한 듯하다.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아낸 게 신의 한 수다. 전작들과 같은 연출이었다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을 텐데 나 감독은 과정보다 결과를 주목해 보여줬다. 피가 낭자하게 흐트러지는 장면보다 흐트러진 상태가 보이는 식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성행위, 잔혹성 등에 대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황해' 개봉 당시 크리스마스날 영화를 보는 연인들이 기겁하는 걸 보고 나 감독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등급 조절을 노렸고,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나홍진 극성팬'도 만족시켰다. 나 감독의 스릴러는 이번에는 초자연적, 초월적인 존재까지 건드리며 흥미로운 전개를 펼친다. 아는 척을 위해서든, 아니든 다양한 의견을 나누게 하는 것도 주요했다. '추격자' '황해'에 이어 이번에도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것도 기대감을 높인 이유다.
배우들 기용도 탁월했다. '황해'에서 잠깐 호흡을 맞췄던 곽도원을 주인공으로 발탁, 2시간30분 동안 이야기를 끌고 가게 했다. 곽도원의 연기는 스크린을 에워쌌다.
황정민과 천우희는 잠깐 등장시켰으나 중요한 인물로 활용,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천우희의 존재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노림수도 통했다. 나 감독은 고민 끝에 일본배우 쿠니무라 준과 천우희의 대결신을 편집할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혹시나 하는 감독판을 기다리게 하는 요인이다. 곽도원의 딸로 나오는 김환희도 귀신 들린 연기를 소름 돋게 표현했다.
한국 관객들에게 그리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일본의 베테랑 배우인 쿠니무라 준은 모든 사건의 근원으로 영화의 처음과 끝을 책임진다. 곽도원과 영화 전체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다. 누가복음 24장을 오프닝으로 시작한 영화가 마지막 대사와 맞물리는 중심에 그가 있다.
또 나 감독은 영화 결말의 의도와 의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말을 아끼고 관객이 얘기하게 만들어줬다.
곽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황정민 선배와 같이 '너무 어렵다.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는 기억을 털어놨다. "아직도 내게 '그래서 황해에서는 누가 범인이냐'고 묻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물론 좋은 평가에 현혹되지 않는 이들도 존재한다. 다시 한 번 보면 달라진다고 하나 별로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이도 있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