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곡성’(哭聲, 감독 나홍진)을 본 관객이라면 이 배우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외지인 역의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은 알 수 없는 표정과 눈빛에 관객을 점점 홀리게 만든다. 감독이 군데군데 파놓은 함정에 빠진 관객은 그의 위압적인 연기에 혼란이 더욱 가중된다.
‘곡성’은 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장가를 장악하고 흥행 질주를 펼치고 있는 ‘곡성’은 곳곳에 심어놓은 미끼와 캐릭터의 옷을 꼭 맞게 입고 소름 돋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향연으로 156분간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특히 주인공과 함께 의심에 의심을 이어가면서 ‘곡성’의 늪에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영화의 힘은 극장을 나와서도 쉽사리 여운을 지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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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곡성 스틸 |
쿠니무라 준은 ‘아웃레이지’ ‘지옥이 뭐가 나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일본의 명배우로 꼽힌다. 그는 첫 한국영화 출연작인 ‘곡성’에서도 그 위엄을 드러낸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쿠니무라 준은 촬영 내내 고생의 연속이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만큼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를 펼쳐낸다. 헐벗은 몸으로 산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가 하면, 절벽에 매달리거나 생고기를 뜯어먹고 산속에서 추격을 펼치는 등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을 모두 소화했다.
격한 액션이 필요한 연기뿐만 아니라 나긋나긋 대사를 뱉어내는 그의 모습에서 형성되는 긴장감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중구(곽도원 분)와 마주한 상황에서 ‘오도독’ 소리를 내며 태연하게 닭발을 씹어 먹는 모습에선 공포감마저 느껴지며, 이삼(김도윤 분)을 향해 크게 웃을 때에는 온몸에 털이 쭈뼛 설 만큼 소름 돋는 연기를 과시한다.
나홍진 감독은 쿠니무라 준에 대해 “영화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면서 정말 베테랑 같은 연기를 선보인다”고 언급했다. ‘곡성’만의 음산한 기운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쿠니무라 준. 눈빛만으로 관객을 현혹 시키는 힘을 제대로 보여준 그는 ‘곡성’으로 국내 관객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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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곡성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