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500만 관객을 현혹시킨 영화 ‘곡성’(哭聲, 감독 나홍진)이 신작 공세에도 흥행 질주를 펼치고 있다.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곡성’은 감독이 군데군데 파놓은 함정에 영화를 보고 나와서도 쉽사리 여운을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주인공과 함께 의심에 의심을 이어가게 만드는 ‘곡성’의 늪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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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곡성 스틸 |
#. 미스터리한 외지인, 일광, 무명
‘곡성’은외지인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연쇄 사건을 중심으로 기이한 소문 속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성한 소문 속 외지인의 모습은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미묘한 눈빛으로 등장부터 관객들을 압도한다. 또한 피해자들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딸 효진을 지키기 위해 종구가 불러들인 무속인 일광 역시 의문을 품게 만드는 인물. 종구의 혼란을 가중시키는데 일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사건을 목격한 여인 무명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영화는 끝까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외지인은 누구이며, 일광도 외지인과 같은 존재인지, 아니면 다른 편에 선 인물인지, 무명의 정체는 또 무엇인지 등 관객에게 다양한 질문 거리만 만들어 놓은 채 막이 내린다.
#. 다양한 해석과 힌트
관객이 ‘곡성’에 현혹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이야기 자체가 다양한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성경 구절(누가복음 24장)으로 시작되는 ‘곡성’은 첫 장면부터 미끼를 던지기 시작한다. 영화 중간 중간에는 일광의 존재를 알리는 힌트나 어떤 인물에 대한 상징적인 그림, 형상 등을 통해 더욱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곡성’을 본 관객들에게 의심을 품게 만들기 충분했고, ‘도대체 이 장면이 뜻하는 게 뭐야’라는 궁금증 때문에라도 극장을 나온 뒤 다양한 해석을 찾아보고 연구하게 만든다. 때문에 외지인이 일본인인 이유에서부터 영화 결말에 대한 해석, 무명의 존재 등의 설정으로 인해 일제강점기를 의미하는 풀이, 종교적 해석 등 다양한 해석이 공존했다.
#. 배우의 열연
감독이 던져놓은 미끼를 쉽게 물게 만드는 데에는 배우들의 열연도 큰 몫을 차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곽도원, “절대 현혹되지 마소”라는 명언(?)을 남긴 묵직한 존재감의 황정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높이는 천우희, 그리고 156분간 내내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아역배우 김환희와 일본배우 쿠니무라 준의 활약이 바로 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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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곡성 스틸 |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쿠니무라 준 역시 촬영 내내 고생의 연속이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만큼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를 펼쳐낸다. 격한 액션이 필요한 연기뿐만 아니라 나긋나긋 대사를 뱉어내는 그의 모습에서 형성되는 긴장감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중구(곽도원 분)와 마주한 상황에서 ‘오도독’ 소리를 내며 태연하게 닭발을 씹어 먹는 모습에선 공포감마저 느껴지며, 이삼(김도윤 분)을 향해 크게 웃을 때에는 온몸에 털이 쭈뼛 설 만큼 소름 돋는 연기를 과시한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