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고무줄 잣대로 비판…극복 노력 통할까?
![]() |
최근 영화 '곡성'이 15세 이상 관람 등급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해 또 한 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촉발됐다. "청소년이 관람하기에는 잔혹하고 폭력적이다"와 "이 정도는 문제 없다"는 갑론을박이 영화 내용과 결말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함께 이어졌다.
영등위는10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등급분류 제도의 목적인 '청소년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보다 발전적인 등급분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과제를 공유하고 향후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마련했다. 영화의 산업적 규모가 확대되고 IPTV, VOD 시장 등 영상물 제공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영등위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등급 분류는 과연 가능할까?
연세대 임정택 교수는 이날 진행된 영등위 50주년 기념 '영상물 등급분류 제도개선과 미래전략' 특별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아 "세계 미디어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운영되는 '등급분류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검열의 역사로 인해 규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영등위가 서비스 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기관의 미션을 재정립하고 합리적인 등급분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온라인 콘텐츠의 비약적인 증가와 모바일 플랫폼 증가, 입체영화 및 VR콘텐츠 확대 등을 고려해 '7세관람가' 등 연령등급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영국(BBFC), 네덜란드(NICAM) 등과 같은 해외사례를 참고해 영상물에 포함된 선정성, 폭력성, 공포, 대사 등의 내용정보를 영상 소비자, 학부모 등에게 확대 제공하고, 청소년 대상 미디어 교육과 온라인 콘텐츠 등급분류 사각지대 해소 등을 통해 등급분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내영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도 "지난 4월부터 보다 명확하고 정교한 기준 개정을 위해 영상물등급위원회 내에 '등급분류 기준 자문위원회'가 구성돼 다양한 사례분석과 연구를 진행해 왔다"며 "현행 등급분류 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기술되어 보다 예측 가능한 등급분류를 위해서는 등급분류 기준을 객관화, 명확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상영가 등 5개 등급의 단계별 구분 명료화 ▲선정성 및 폭력성 기준의 포괄적이고 모호한 내용의 구체화, 세분화 ▲용어의 적합성과 통일성 유지 ▲전체맥락과 장르 특성을 고려한 기준 마련 등 등급분류 기준 개정의 주요방향을 설명한 강 교수는 "기준을 적용하고 해석하는데 있어 맥락과 메시지의 고려, 개별장면이 미치는 효과와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 장정익 VOD사업팀장과 국민대 황승흠 법대 교수는 영등위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영상물을 모두 등급 분류할 순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관 기관을 통한 협업이 필요함을 감조했다. 특히 황 교수는 학부모도 참여하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함도 짚었다.
청소년단체인 탁틴내일의 이현숙 공동대표 등도 패널로 참여해 영상물 등급 분류시 청소년을 위한 보완점에 대해 강조했다.
반면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우리나라의 등급분류 제도가 발전한 건 맞지만, 여전히 평가를 받지 않아도
영상물등급위원회 이경숙 위원장은 "디지털 기술 발전과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영등위의 앞으로 50년은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며 "세미나에 각계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미디어 환경변화에 맞는 제도개선과 등급분류 기준 정비를 조속히 추진해 보다 발전된 등급분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