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이렇게까지 배우 박희순이 망가진 모습을 본 적이 있을까. 영화 ‘올레’를 통해 박희순이 제대로 망가졌다. 한껏 부풀어 오른 파마머리, 거침없는 막말 퍼레이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모습까지 그 간 볼 수 없던 박휘순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새롭다.
“영화 쪽에 들어와서는 처음이었어요. 그런 역할이 들어와서 기뻤죠. 감독님이 저의 어떤 면을 봐서 이런 역할을 주셨는지 궁금했고, 또 제 연극을 보신 적이 있나 궁금하기도 했어요. 이 영화에서 세 명의 친구들의 모습처럼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감독님이 제 눈에서 강아지 같은 모습을 발견하셨다고 하셨어요. ‘치와와’ 같다고요. 그런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신기했고, 또 기대에 부응하고자 모든 걸 내려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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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가 봐 온 박희순은 안경을 쓴 채, 도도한 말투를 유지하며, 가끔은 소름 끼치는 악역의 이미지였다. 그랬던 그가 욕을 내뱉으며 친구들과 함께 장난을 치는 스크린 속 모습은 다소 놀라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그런 모습을 보며 진짜 박희순은 친구들과 만날 때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지금 친구들을 만나도, 지금의 모습에서 폼을 잡거나 하진 않아요. 욕부터 나가죠(웃음). 옛날 추억 얘기도 하고 그러지 심각하게 정치얘기만 하진 않으니까요. 술 마시면서 20대로 돌아가서, 했던 얘기도 또 재미있게 하죠. 그런 추억 이야기를 하는 게 친구 같고 그래서 다른 어려움은 없었어요. 또 파마머리 같은 경우에는 제가 그냥 했어요. 제가 그렇게 머리를 하고 나니까 감독님이 놀라시더라고요. 제 입장에서는 센 역할을 했던 박희순이 이 역할을 하면 정말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간극을 줄이려면 외모적으로 변화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죠.”
‘올레’에서 박희순이 맡은 수탁이라는 역할은, 그저 웃기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오랜 시간동안 고시를 공부하면서 자괴감은 떨어졌지만, 친구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 걱정을 끼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셋 중 가장 웃긴 캐릭터이자 슬픈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수탁이라는 친구가 일탈하고자함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세를 탈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정말 다운됐고, 마음 자체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의 인물이니까요. 이걸 극복하고 옛날 친구들을 만났을 때 주눅 들지 않고 예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오버한 것 같아요. 진짜 여자를 꼬시고 싶었다기 보다는, 그들과 학교생활을 했고,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그들에겐 치부를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이상한 쪽으로 행동한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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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영화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 모두 제주도에서 촬영됐다. 그렇기 때문에 세 배우는 제주도에서 함께 생활하며 촬영에 임했고, 그런 시간 동안 생긴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제주도에서는 촬영 얘기를 하면서 술도 한 잔 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했어요. 신하균 씨는 하루 알과가 끝나면 술을 마셔야했어요(웃음). 저희가 정리하고 가면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술을 좋아해요. 사실, 하균 씨를 놀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요(웃음). 사람 놀릴 때 리액션이 없으면 재미가 없는데, (하균 씨는) 리액션이 있죠. 순수한 친구니까 바로 표현이 나와서 재미가 있었어요. 또 만석 씨는 항상 술자리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좀 진행병이 있었고요(웃음).”
박희순은 배우가 아닌, 연출자로서도 도전을 했다. 배우 활동을 하다가 연출을 맡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역시 연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라고 운을 뗐다.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으나, 용기가 없어서 못했는데 기회가 생긴 거죠. 연출은 자기 마음대로 다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파트가 다 정해져있어서, 파트와 관련된 것들만 할 수 있지, 다른 파트에 권한 있는 건 터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어요. 배우를 해본 입장에서 연출을 하다 보니, 배우들의 마음을 제일 많이 알아서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었죠. 그래서 공부가 많이 됐어요. 연출 해보니까 어떤 배우가 연출한테 사랑을 받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박희순이 생각하는 ‘올레’에서 느낄 수 있는 의미는 어떤 것이며,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느꼈으면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긴장을 할 수도, 기대를 할 수도, 감동을 할 수도 있는 게 영화인데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리고 킬링타임 용으로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