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②] 서른의 윤균상, ‘믿고 보는 배우’에 시동을 걸다

[MBN스타 금빛나 기자]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끝난 후 윤균상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휴식이었다. 10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사극을 연기해 왔기에 현대극을 하기 겁이 났었고, 쉬는 동안 사극의 기운을 빼야 다음 연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안이 온 ‘닥터스’를 거부하기에는 대본과 스토리가 재미있었고, 윤균상에게 정윤도라는 캐릭터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정윤도라는 인물은 이른바 ‘온실 속 화초’에요. 능력도 출중하고 모든 것에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었죠. 그런 사람이 많은 부분이 자신과 다른 유혜정(박신혜 분)이라는 인물에 반하고, 직진 사랑을 펼친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그러고 나서 저는 ‘걱정 투성이’가 돼 버리고 말았죠. 쉬는 시간 없이 작품을 하는 것도 그렇고, 또 하필이면 용어도 어려운 의사라는 전문직이었죠. 별수 있나요. 최대한 의사포스를 풍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밖에요.”

윤균상은 작품에서 유독 러브라인이 잘 이뤄지지 않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이른바 ‘짝사랑’ 전문배우라는 것이다. ‘피노키오’에서는 동생 달포(이종석 분)과 브로맨스를 시작으로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나 ‘육룡이 나르샤’ 그리고 ‘닥터스’까지 모두 사랑이 이뤄진 적이 없다. ‘닥터스’의 경우 자신을 좋아해주는 진서우(이성경 분)가 있었음에도 유혜정을 짝사랑하다가 그녀를 피영국(백성현 분)에게 떠나보내고, 결국 솔로로 남고 말았다.

↑ 사진=천정환 기자

“러브라인이 이뤄지지 않아서 아쉽기는 했는데, 저는 이상적인 짝사랑을 한 정윤도라는 캐릭터가 참 멋있어요. 짝사랑하는 상대의 과거 뿐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윤도는 정말이지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최고의 짝사랑이지 않나 싶어요.”

정윤도의 짝사랑은 귀여우면서도 설득력 있게 표현한 윤균상이지만, 촬영을 하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다. 재미는 있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남자가 있는 여자에게 계속 접근하는 ‘캐릭터 붕괴’로 이어질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하셨던 말씀이 ‘윤도같이 딱딱하고 까칠한 애가 망가지면 귀여우니 나를 믿고 연기하라’였어요. 모니터링을 하니 제가 연기한 것보다 더 재미있게 나왔고, 이후 마음 놓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정윤도라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어 윤균상은 극중 정윤도의 사랑에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저는 그와 같은 선택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상대방이 있는 여자를 끝까지 사랑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윤도의 사랑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윤도라면 혜정이 아닌 서우에게 끌릴 것 같아요. 물론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해주는 사람 둘 중 택하라고 한다면 저 역시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택할 것 같은데, 다만 그 사람이 혜정과 같이 짝이 있다면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할 것 같아요. 연인이 있다는 것 그렇고, 처음 사랑이 시작됐을 때 혜정에게 받았던 상처도 적지 않았다고 보거든요. 그 상태에서 서우처럼 진솔한 사랑이 나타난다면 누구라도 흔들리지 않을까요.”

사랑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연애 스타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운 연애를 즐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한 윤균상은 자신의 사랑방식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털어놓았다.

“저는 사랑에 있어서 이른바 ‘꼰대스타일’이에요. 여자친구가 클럽에 가는 것도 싫고, 연락이 끊기는 것도 싫고, 거짓말 하는 것은 더더욱 싫죠. 물론 제가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바라는 건 아니에요. 제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만큼, 상대방이 저에게 원하는 것들을 맞춰줄 수 있어요.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맞춰주는 것이 바로 연애 아닐까요.”

원하는 이상형이라도 있을까. 이상형에 대해 묻자 윤균상은 외모보다는 예의가 바르고 대화가 잘 통하는 여자라고 답했다. 보통 남자들은 예쁜 사람이 느낌도 좋고 대화도 잘 통하는 것이 아니냐며 되묻자, 윤균상은 웃으면서도 “거짓말 같겠지만 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없다”고 답했다.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송지효를 향한 수줍은 팬심을 보여주며 러브라인을 이뤘던 윤균상이었기에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이상형을 답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어떤 분들은 연예인 중에서 가장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보시는데, 괜한 말이 아니고 누구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다 미인이세요. 송지효 선배님도 정말 예쁘신데, 제가 좋아했던 것은 외모가 아닌, ‘런닝맨’에서 정말 열심히 하시는 그 모습이었거든요. 이상형에 대해 외적으로 따지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좋다고 말하기가 참 어렵네요.”

한 발 물러서서 그러면 함께 로맨스를 그리고 싶은 여배우가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답변은 “짝사랑만 아니면 된다”였다. 장난삼아 아주 진한 브로맨스를 추천해 주었더니 농담이라도 그러지 말라는 듯 진지한 얼굴로 “브로맨스 보다는 로맨스”라고 강조했다.

“브로맨스도 좋죠. 나쁘지 않은데…제 파트너는 대부분 남자들이었어요. 형 혹은 동생들과 친해지는 같아서 좋지만, 저도 한 번 진한 로맨스를 그려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죄다 짝사랑이었는데 이쯤 되면 로맨스가 이뤄질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아홉수를 지나 온 윤균상은 올해 서른을 맞이했다. 30대가 되면서 뭔가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직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사실 정신 못 차린 채 서른이 됐어요. ‘육룡이 나르샤’를 찍으면서 30대를 맞이했고 ‘닥터스’까지 마치니 어느덧 한 해의 반이 지나가 있더라고요. 저는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좋아요. 보통 남자배우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좋다고 하시잖아요. 중후한 매력도 생기고. 아직 제가 어리다고 생각돼서 그런지 30대 중반까지 나이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윤균상이 그동안 꾸준히 팬이라고 밝히면서 롤모델로 꼽아온 배우가 있다. 바로 김래원이었다. 그가 출연했던 영화 ‘해바라기’ ‘미스터 소크라테스’ ‘강남1970’ 등을 여러 번 볼 정도로 김래원의 팬이라고 밝혔던 윤균상은 ‘닥터스’를 통해 그와 연기를 맞추게 됐다. 자신을 ‘성덕’(성공한 팬)이라고 지칭하며 환하게 미소 지은 윤균상은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나오기 위해서는 대중에게 믿음과 기대감을 심어줘야 하잖아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 그런 배우가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