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배우 라미란은 바쁘다.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그녀를 찾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는 걸그룹 언니쓰로 변신해 무대에 오르기까지 했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이든지 간에 라미란은 팔망미녀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소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데뷔한 라미란에게 펼쳐진 연예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라미란이지만 이름을 알리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크고 작은 역할을 소화하며 때로는 극의 감초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신스틸러’로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왔던 라미란이지만 데뷔 후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무명 아닌 무명으로 보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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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활약을 펼쳤던 라미란이 대중에게 존재감을 알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이 아닌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였다. 2014년 방송됐던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라미란은 데뷔 후 출연했던 작품 대부분이 일명 19금 영화가 많은 만큼, 공사에서부터 홍석천과의 키스신 후기 등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건드리는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털어놓으면서 과감한 입담을 자랑했던 것이다. 만약 라미란이 단순하게 입담만 좋았으면 잠깐의 예능 출연만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막노동을 하는 남편이 창피하지 않다며 남편을 존중하는 모습에는 당당함이 가득 넘쳤으며, 여기에 거친 입담과는 180도 다른 감미로운 가창력은 큰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라디오스타’ 출연은 라미란에게 친근하면서도 화끈한 언니의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단번에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남편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막노동을 한다고 말해요. 몸 건강하게 자신 몸으로 하는 건데 창피한 건 아니라고 봐요.”(2014년 5월 tvN ‘현장토크쇼 택시’ 中)
‘라디오스타’ 출연 이후 라미란은 본격적인 예능프로그램 나들이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연기를 소홀하게 한 것은 아니다.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4’과 영화 ‘피 끓는 청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빅매치’ ‘국제시장’ 등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엘리트 여군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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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충실하게 보낸 라미란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2015년 운명의 대표작을 만나게 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동의 여장부 라미란을 연기하게 된 것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라미란을 연기하게 된 라미란은 그때 그 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방극장에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100% 발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던 라미란은 극중 배역의 별명이기도 했던 ‘치타여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2015년 여태까지 받았던 사랑이나 관심에 비해 뻥튀기처럼 불어난 해라면, 2016년은 뻥튀기를 먹어야 하는 해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 1월, 라미란 기자간담회 中)
올해 1월 뻥튀기처럼 늘어난 대중의 사랑을 먹겠다고 말했던 라미란은 그 말처럼 열심히 달리고 있다. 이미 영화 ‘봉이 김선달’ ‘덕혜옹주’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 등의 작품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현재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하는 동시에, 오는 10월 방송예정인 ‘막돼먹은 영애씨15’ 촬영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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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라미란에게 특별한 작품 중 하나이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멜로연기를 펼치게 됐다는 것이다. 상대배역은 90년대 뭇 여성들의 가슴에 별을 심어주었던 미남배우 차인표다. 비록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되기는 했지만, 넘치는 애교와 강한 생활력을 지닌 복선녀를 연기하게 된 라미란은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내조의 여왕’의 면모를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
라미란은 연기 뿐 아니라 예능감까지 갖춘 배우 중 한 명이다. 입담은 ‘라디오스타’와 ‘택시’를 통해 충분히 입증됐으며, 최근에는 KBS2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출연하면서 무엇을 하든 기본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걸그룹 데뷔라는 민효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언니쓰의 멤버로 합류한 라미란은 의외의 가창력과 댄스실력을 발휘하며 40대의 저력을 보여주었으며, 현재는 배구선수 김연경의 래퍼 꿈을 이뤄주기 위해 뛰어들면서 의외의 랩실력까지 보여주고 있다. 라미란의 거침없는 플로우와 재치있는 가사에 랩퍼인 제시가 기립박수를 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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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능,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작 배우 라미란의 좌우명은 “가늘고 길게”이다. 어느 곳에서든지 자기 역할을 해내는 라미란은 송곳처럼 삐져나오며 존재감을 발휘하기 보다는 전체와 어울리는 그림을 꾀하는 것이다. 어느 작품이든 있는 듯 없는 듯 묻어나는 연기
작품이 재미있다면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배우 라미란. 과욕을 부리지 않고 부지런히 달려가는 라미란이기에 그의 전성기의 유효기간은 아직도 많이 남은 듯 보인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