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세상에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중에는 행복에 취해 사는 이도 있고, 남모른 슬픔에 젖어 살거나 외로움이라는 늪에 빠져 지내는 이도 존재한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속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박카스 할머니는 같은 하늘 아래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러 노인과 마주한다. 그의 삶에서 비춰진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메시지와 의문을 던진다.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소영(윤여정 분)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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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소영을 중심으로 트랜스젠더인 집주인 티나, 장애를 가진 가난한 성인 피규어 작가 도훈, 성병 치료 차 들른 병원에서 만나 무작정 데려온 코피노 소년 민호 등 이웃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소개된다. 이와 동시에 자신을 죽여 달라는 단골 고객을 만난 소영은 이후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이자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죽여주는 여자’는 ‘노인들 사이에서 서비스가 좋다고 소문난 죽여주는 여자’와 ‘그들의 죽음도 조력하게 되는 여자’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두 가지 의미를 포괄하고 있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담고 있는 영화에는 생존을 위해 유일하게 가진 몸을 팔아야 하는 주인공과 노년을 홀로 가난 속에 보내야 하거나, 죽는 것보다도 못 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노인 문제를 진중하게 풀어놓는다. 특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기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물론, 조력자살을 하는 과정을 통해 노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를 던진다.
극을 이끌고 가는 배우 윤여정의 연기도 강렬하다. 노인의 삶과 죽음, 성매매 등 다소 파격적이고 무거운 소재를 농익은 연기로 극에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이재용 감독과 윤여정의 ‘죽여주는 여자’는 한국 사회를 향한 문제점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집어낸다. 현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노인들의 목소리와 사회의 이면을 차분하고 인간적으로 묘사하며 노인 문제를 상기시켜준다. 오는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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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