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N스타 최윤나 기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배우 한예리에겐 잊을 수 없는 한 해의 영화제가 될 것 같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춘몽’을 개막작으로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더 테이블’을 통해서도 관객들과 만났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관객들의 만남을 이어가는 한예리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바쁘지만 지쳐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은 오히려 즐거워 보였다.
“영화제를 즐기는 것 보단 계속 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춘몽’이 잘 됐으면 좋겠네요(웃음). ‘춘몽’은 관객 분들이 오늘 처음 보셨는데, 영화 관계자 분들도 개막작이 좋은 상태에서 상영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긍정적인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 개막작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저도 아무 느낌은 없었어요. 그냥 개막작으로 선정된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부산에 오고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게 되고 해서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레드카펫 입장할 때는 뭉클한 기분도 들었어요. 제가 잘 몰랐었구나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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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춘몽’은 장률 감독의 상업 영화라고 얘기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자체가 재미나 오락을 추구하는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은 어려운 영화지만, 누구든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춘몽’이다.
“저 ‘춘몽’은 한 번밖에 못 봤어요. 근데 대부분 흑백 영화들, 작은 다양성 영화들이 어려울 거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그걸 먼저 생각하기 보단 본인이 보고 싶으신 대로 보셔도 될 것 같아요. 내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해석하고 바라보는 게 영화 같거든요. 감독의 의도를 굳이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한다고 해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좀 더 즐겁게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춘몽’을 찍을 때는 어쩔 때 왜 그렇게 하셨지 싶은데, 영화를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찍을 당시에는 잘 모를 때도 있었어요. 영화는 퍼즐같이 찍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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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장률 감독과 한예리는 ‘춘몽’으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첫 번째 만남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GV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던 ‘필름시대사랑’이었다. 이후 다시 한 번 두 사람이 ‘춘몽’으로 만난 것에 대해 물었다.
“‘필름시대사랑’을 촬영했을 때 감독님과 몇 시간 촬영하고 갔었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좋았던 건, 스태프들에게 까지도 마치 한 권의 스케치북을 주시면서 거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해주시는 것 같았던 거예요. ‘이런 걸 찍을 거다’라는 약속들만 간단하게 하고 나머지는 각자 할 수 있게, 각자가 생각하는 감정이나 모습들을 알아서 하게끔 해주셨죠.”
특히나 장률 감독을 제외하고 ‘춘몽’에는 감독이 더 등장한다. 특히 극중 예리의 주변을 맴도는 세 남자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감독은 연기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기자 못지않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배우로서 그들과 호흡한 한예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호흡했을까.
“현장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감독님들은 한 작품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아시고 그게 인생을 좌지우지하는지 알고 계셔서 준비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어떻게 하면 누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시나리오를 받고 그냥 있었다면, 감독님들은 장률 감독님을 찾아가서 여러 가지 회의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음의 짐이 많고, 부담이 되신 것 같아요. 영화는 즐겁게 찍었지만 준비기간이나 슛 들어가기 전까지는 치열하게 찍었어요.”
이번 ‘춘몽’에서 한예리는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에게까지 인기가 많은 캐릭터를 맡았다. 그 중에서도 극중에서 그를 짝사랑하는 이주영과 보이는 관계도 ‘춘몽’에서 눈길을 끌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 실제로 이주영은 평소 한예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처음 알게 됐어요. 연기를 잘 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외향적으로도 매력적인데 성격도 털털하고, 하고자하는 의지도 않죠. 이번 부산영화제에 3편의 작품을 가지고 왔다고 하는데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생기는 건 멋진 일인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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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세 남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춘몽’은 최근 개봉한 ‘최악의 하루’ 속 한예리와도 비슷하다. 세 남자와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도 그렇고, 한예리의 매력을 함축시켜 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그렇다.
“‘최악의 하루’가 좀 더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춘몽’은 좀 더 인간에 대한 또 삶에 대한 이야기가 묻어나요. 그래서 전혀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전 현실에서 인기가 없어요. 세 명한테 한꺼번에 대쉬를 받은 적도 없고요(웃음).”
한예리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너의 이름은.’을 보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표를 예매했다고 말
“고민하지 말고 이것저것 해보자는 생각을 해요. 쉽게 선택하다보니까 여러 장르의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게 됐는데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년에는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네요(웃음). 올해는 즐겁게 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