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사극 요정’ 배우 김유정은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동안 다수의 작품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그는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하 ‘구르미’)에서는 홍라온으로 분해 조선 유일의 남장여자 내시에 캐릭터에 도전했다.
이번 작품은 김유정에게도 도전이었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소화하기 어려운 ‘남장 여자’ 캐릭터를 맡아 연기를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지만 그만큼 얻은 점도 많고 시청자들의 신뢰와 사랑도 더 많이 받았다. 그래서 김유정은 ‘구르미’와의 이별이 선뜻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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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구르미’가 끝났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종방연도 하고 팬사인회도 하고 포항휴가까지 다녀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아쉽고 속상하고 섭섭하다. 끝난 줄 몰랐는데 끝났다는 게 슬프기도 하고.”
김유정이 ‘구르미’의 대본을 보고 가장 기대하고 흥미를 느낀 장면은 ‘구덩이 신’이다. 리딩할 때부터 재밌게 봤다는 그는 그만큼 잘 표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제작진은 라온이에게서 능청스러운 모습이 많이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능구렁이처럼 넘어가는 걸 살려줬으면 좋겠다는 것. 제작진의 주문과 함께 다양한 연구를 통해 김유정은 그만의 ‘홍라온’을 만들어갔고, 결국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그가 기대와 걱정을 공존했던 구덩이 신도 자연스럽게 나온 연기로 더욱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하면서도 계속 생각하고 감독님에게 조언도 받으면서 캐릭터를 조금씩 잡아갔다. 다양한 연기를 보여줘야 하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매 장면, 매 순간을 연기할 때마다 제 스스로에게 만족을 잘 못했다. 잘 표현이 안 돼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래도 구덩이 신에서는 진짜 원수인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촬영했다. 가장 많이 웃으면서 촬영하고, 몰입해서 촬영하지 않았나 싶다.”
데뷔 13년 차에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하지만 김유정에게도 ‘구르미’는 어려운 숙제였다. 특히 사랑스러운 라온이를 표현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남장여자 캐릭터까지 섬세하게 그려내야만 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윤은혜의 연기를 많이 참고했다는 그는 사랑스러운 홍라온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남장 여자가 어렵기 보다는 삼놈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귀엽고 통통 튀고 누구한테나 사랑 받는 캐릭터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소년인 삼놈이를 표현하려고 하니까 굉장히 어려웠다. 과연 이게 잘 표현될까 불안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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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확신에 차지 않는 연기로 고뇌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러한 반복적인 연구를 통해 김유정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몰입을 높였다. 특히 ‘구르미’의 최대 관전포인트였던 박보검과의 케미 역시 어색함이 묻어나지 않는 호흡으로 달달한 로맨스를 완성했다. 김유정은 박보검과의 촬영을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보검 오빠에게 자극도 받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서로 힘이 많이 돼줬다. 서로 격려하고 힘을 주면서 촬영했다. 장난도 많이 치고 서로 편하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특히 보감 오빠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자기도 힘들텐데 주위 사람들을 챙기려고 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그동안 주인공의 아역으로 활약했던 김유정은 ‘구르미’로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는 역할을 소화했다. 아역을 넘어 첫 성인연기에 도전해야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김유정의 필모그래피에도 중요한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만큼 김유정에게 ‘구르미 그린 달빛’은 조금 더 특별한 작품이었다.
“잊지 못할 작품보다는 잊기 싫은 작품이다. 라온이도 그렇고, 모든 좋은 추억이 많이 쌓였다. 또 아쉽고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많이 배우기도 했다. 제가 아쉬워하는 부분에 비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평생 연기를 해도 못 갚을 정도로 ‘구르미’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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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