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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문희준이 H.O.T에 대한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문희준은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MOON HEE JUN 20TH ANNIVERSARY’ 발매 쇼케이스를 열고 신곡 무대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문희준은 지난 20년의 활동 중 아쉬웠던 순간으로 “우리 다섯 명(H.O.T)이 꼭 5년만 활동하고 각자 활동하게 된 것”이라며 H.O.T 해체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와 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 시점 H.O.T 재결합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 문희준은 “(이)재원씨가 제대한 날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지금까지 뭐가 나오지도 않고 얘기만 되고 있다. 올해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한 해이긴 하다. 이수만 선생님을 만난 적도 있었다. 그렇게 거의 다 됐다가 또 이렇게 된 상황이다. 진행 중 아니고 스톱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이 답답함이 타이틀곡 가사에도 나온다. 그렇게 돼버린 것 같다. 나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곡 ‘우리들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는 문희준 자신이 아닌 온전히 팬들의 입장으로 가사를 쓴 곡. 주력 장르인 락이 아닌, 데뷔 후 처음으로 발라드 장르를 타이틀로 내세운 점이 이색적이다.
신곡 장르를 발라드로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발라드가 하고 싶어서”였다고. 문희준은 “내가 락을 좋아하지만, 너무 한 우물을 파다 보니 나 스스로도 이 우물에 갇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지금도 너무 좋아하고 앞으로도 할 것이지만 하나에 갇혀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문희준은 이어 “내가 만드는 음악은 장르 구분 없이 내 느낌이 녹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한 때 장르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댄스곡을 발표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엔 발라드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라 덧붙였다.
곡에 대해 문희준은 “제목 자체가 20주년 기념해서 팬들이 지하철에 광고 내 준 문구다. 다섯 명이 서 있는 그림자가 있고, 재결합을 원하고 있는 팬들의 마음을 글귀였는데, 이를 라디오 진행을 하며 알게 됐고, 그 순간부터 마음이 정말 무거워지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문희준은 “재결합 노력을 안 하고 있던 건 아니고 4~5년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그런 마음을 알고만 있기엔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처음으로 팬들의 입장에서 가사를 쓰고,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가사를 써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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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는 신곡 외에도 H.O.T 당시 불렀던 곡을 문희준이 재녹음한 버전도 수록됐다. 그는 “녹음하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이 부분을 누가 불렀는지 등 녹음할 때의 기억이 많이 나더라. 그 때의 디렉팅처럼 나는 잘 부르고 있나 반성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정도 되면 괜찮을 법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예전에 활동했던 곡을 녹음하고 믹싱하고 발매하면서, 외로움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팀 해체 후 솔로 활동을 해온 문희준은 지난 15년간 싱어송라이터로서 자기만의 영역을 독보적으로 구축해왔다. 직접 곡을 쓰는 일에 대해 문희준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아이돌 가수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만들어진대로 상품화된 가수’라는 표현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린 그걸 벗어나고 싶어서 3집 때부터 우리가 곡을 썼고, 5집 때부터는 외부 곡을 아예 받지 않았다. 당시 본인이 쓴 곡은 본인 스스로 편곡까지 다 했었다”며 “그때부터 이어져오는, 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라고 H.O.T 그리고 솔로 가수 문희준의 음악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3년 10개월 만에 발표하는 문희준의 이번 앨범에는 신곡을 포함해 총 8트랙이 수록됐다. H.O.T 시절 발표한 곡 ‘8.15’와 ‘In I’를 비롯해 ‘OP.T’, ‘MEDIA’, ‘I'm Not OK’, ‘SJF 잃어버린 후에야’ 등 솔로 활동곡들도 새로운 느낌으로 재편곡해 담았다.
20년 동안 행복했던 순간은 “무대에 설 수 있는 모든 순간”이라 했다. 문희준은 “20주년 기념 공연을 20회 하자고 마음먹고 진행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았다. 공연에만 매진해도 모자란데 앨범 준비에 예닐곱개의 방송 프로그램을 병행했다. 그래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더라. 그래서 더욱 신나게 준비했고,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다는 것, 활동하는 순간순간이 행복하다”꼬 말했다.
20년간 한결같이 자신의 곁을 지켜준 팬들에게도 “사랑한다”는 쑥스러운 고백과 함께 무한한 고마움을 전했다.
“1996년입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를 활동하고 있는데, 교복 입고 숙소 앞에 모여서 행복해하는 표정, 그 때 그 행복한 표정(이 생각납니다). ‘응답하라 1997’에서도 표현됐지만 젝스키스와의 다툼, 신경전 벌였던 모든 추억들 그리고 솔로 활동 하고 방송 하는 지금까지도 현장에 와주시고 20년간 변함없이 제 곁에 계신 팬 여러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 말보다 더한 말은 없는 것 같아요. 내가 나이가 나이인지라 개인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앞으로도 계속 공연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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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