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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tvN 드라마 '도깨비' 주인공들은 모두 경계선에 서있다. 김신(공유 분)은 불멸의 삶으로, 지은탁(김고은)은 청소년과 성인 사이에, 저승사자(이동욱)은 김선(유인나)는 과거를 잊은 채 불완전한 상태로 자신의 존재를 더듬어간다. 인물들은 한 발을 뗄 때마다 중심을 잃는 듯 보이지만 조금씩 균형을 찾는다.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도깨비'에서 김신은 저승사자가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지은탁의 목숨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동료가 된 두 인물이 박중헌(김병철)의 등장으로 서로 각을 세우게 된 것이다. 지은탁이 현재의 갈등이 축이었다면, 이번에는 김선이 전생으로 이들을 끌어왔다.
'도깨비'는 민간신앙에서 믿는 초자연적 존재인 도깨비에서 착안한 드라마다. 지난해 38.8%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올린 KBS 2TV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가 다시 호흡을 맞췄다. 김은숙은 '태양의 후예' 유시진(송중기) 강모연(송혜교)으로 군인 의사의 '제복 판타지'와 같이 남녀 관계에서 판타지를 자극해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방법을 꿰뚫고 있는 작가다.
'태양의 후예'는 호평 만큼이나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유시진이 총 한 자루로 완전 무장한 테러범을 소탕하거나 물리 법칙을 뛰어넘는 몸놀림으로 강모연을 구하는 장면은 시청자의 판타지를 툭툭 건드렸으나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김 작가의 필력과 이 PD가 연출한 아름다운 배경은 이런 지적들을 잠재웠다.
그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도깨비와 저승사자로 '도깨비' 세계관을 만들었다. '태양의 후예'와 달리 현실 제약에서 한껏 홀가분해진 '도깨비'는 김 작가가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역할에 맞아떨어지는 배우 캐스팅과 더불어 '도깨비'라는 틀 자체가 설득력 있게 더 가까이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도깨비'의 맛을 살린 것은 등장인물에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들이다. 김신은 죽어야 비로소 무로 돌아가지만, 이를 이끌어줄 사람은 도깨비 신부인 지은탁이다. 900년 넘게 죽음만을 바라왔으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 것이다. 김신은 죽음과 사랑으로 이어지는 삶의 경계선에서 놓였다.
지은탁은 삶을 준 이가 죽지 않으면 거꾸로 자신이 죽을 위기에 내몰렸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에서 성인이 돼 김신과 사랑을 키우게 됐지만 곧이어 도깨비와 도깨비신부의 관계를 깨달았다. 아이와 성인의 사이에서 만난 도깨비로 행복하면서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전생을 잊은 저승사자와 김선의 운명적인 만남은 파국으로 치닫는 미래를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사실을 아직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지는 않다. 전생과 현실에서 무게 중심이 흔들리는 이들이다. 김신은 과거에 이어 현재에도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고 있다.
외줄을 타듯 혼란스러운 인물들은 김 작가의 상상력에 불을 붙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눈길을 사로잡는 판타지가 더해지자 몰입도는 높아졌다. 운율을 살리는 듯한 대사는 그대로지만 작품에 도장을 쾅 찍는 유행어 없이도 작품에 눈
'도깨비' 등장인물이 쌓아갈 결말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선택에 따라 경계선은 무너지고, 이야기가 끝을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완전하지 않은 듯한 이들이 하는 결정은 마지막을 뜻하지만, 그 과정들이 시청자가 '도깨비'를 볼 수밖에 없는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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