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 꿈이 생기는 것”
배우 구혜선의 전시회에 이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작가로 나선 구혜선의 감정과, 그를 담은 ‘다크 옐로우’라는 개인전 제목과 잘 맞아떨어졌다. 구혜선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대중들과 소통 중이다.
“꿈이 생긴다고 나이를 먹을수록 꿈이 생기면 두렵더라. 자꾸 하고 싶은 게 생기고, 인생관이 생긴다. 잘 안될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고(웃음), 꿈도 안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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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나란 사람보다 한 캐릭터로 인식될 것이다. 제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그림을 그린 사람이니까 관심을 가져준다면 감사한 마음일 듯하다.”
하지만 구혜선은 순수했다. 자신과 마주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표출되는 감정을, 예술적인 감성으로 나타낼 수 있는 예술가였다. 연기라는 한 영역에 국한시켜 바라보기에는 그의 감성은 더 없이 통로가 많았던 것이다.
“영화는 많은 사람이 같이 하는 것이지만, 그림은 혼자 하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사람들 돼 있더라. 다 같이 할 때와 완전히 다른. 나는 그동안 사람들이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있는 것도 좋더라.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단정 지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큰 작업이 리스크가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다.”
“자본적인 리스크를 감당했을 때,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는 것을 마주할 때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림, 음악 등이었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음악이다. 음악은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콘텐츠로 유통되지 않나.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보는 사람도 나도 피해보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화는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웃음) 그림을 하는 것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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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되는 것은 경쟁에서 순위가 없다. 누구보다 나은 것도 아니고 부족한 것도 아닌 서로의 생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창구였던 같다. 영화는 순위 등 경쟁 구도에서 힘들어하는 나를 발견했다.”
많은 이가 함께 하고 즐거운 것이 영화 현장일 수 있지만, 박스오피스, 손익분기점 등 수치화 된 틀 안에서 구혜선 역시 마냥 자유롭고 편안할 수는 없었던 것.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어떠한 매체를 통해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과정 역시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 창작의 고통이 나은 것 같다.(웃음) 작품을 하면서 에너지를 받고 또 표현하고 그렇게 사는 것 같다. 온전히 에너지를 쓰면서 다시 받는 느낌이다.”
구혜선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단어는 많다. 배우, 작가, 감독 등. 뿐만 아니라 ‘선행’이라는 키워드도 따라 붙는다. 이 같은 말에 구혜선은 얼굴을 붉혔다.
“선행은 그런 의도가 아니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을 과시하는 게 아닌데, 조용히 하고 싶은데 드러나면 굉장히 부끄럽다.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가장 좋은데, 그럴 때 가장 진실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선행을 하면서 진실인지 아닌지 검열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 것 같다. 위선이 아니었으면 한다. 희망을 강요하는, 행복을 강요하는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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