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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2년 만이다. ‘웰컴투 동막골’로 남북소재 영화의 신세계를 구현한 박광현(48) 감독이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도전에 나섰다.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판타지 범죄 액션 ‘조작된 도시’를 통해서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작품만큼이나 반가운 박광현 감독을 만났다. 개봉 소감을 물으니 “떨려서 미칠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며 해맑게 웃었다. 오랜 만에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조작된 도시’는 박 감독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녔단다. 어렵사리 얻은데다 온갖 역경 속에서 힘겹게 길러낸, 애틋한 자식과도 같은 영화라고.
작품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사는 전직 태권도 선수 출신 권유(지창욱)가 한순간에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린 뒤 게임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누명을 벗고, 보이지 않는 핵심 권력층에 짜릿한 반격을 선사하는 이야기다.
박 감독은 “지친 청년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자 내 안의 젊은 감성만 골라내 만들었다”며 “정말이지 작품의 구상부터 캐스팅, 투자 및 제작, 후반작업까지 뭐 하나 수월한 게 없었다. 한국 영화계에 만연해있는 선입견부터 ‘웰컴투 동막골’에 대한 향수와 기대감,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현실적인 문제까지 넘어야할 산이 너무나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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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미 정상의 한류스타로 입지를 굳힌 지창욱이지만 당시에만 해도 스크린 경험이 전혀 없는 그의 원톱 캐스팅은 모험에 가까웠다. 박 감독은 “잘 생기고 리얼하게 연기하는 스타들은 물론 많지만 우리 영화완 궁합이 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판타지와 현실, 만화와 영화의 경계에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신비스러움과 순수함이 있는 친구를 원했다”고 했다.
“우연히 지창욱이라는 배우를 보고 끌렸어요. 마초의 성향과 순정만화 속 이미지, 순수한 듯 강인하고 신비한 느낌이 우리 영화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드라마 ‘기황후’를 보니 연기도 너무 잘 해 꼭 함께 하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첫 영화에서 원톱 주연이고, 영화 장르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본인도 걱정이 되는지 출연 제안에 선뜻 답해주진 않았어요. 어렵게 그를 설득하고 나니, 이번엔 스태프나 투자‧제작자가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죠. 정말 뭐 하나 쉬운게 없었어요. 하지만 이 도전과 설득의 과정 자체가 저에겐 너무나 행복한 작업의 일부가 됐죠.”
그는 주연 지창욱에 대해 “잘 생기고 똑똑하고 묘한 분위기가 좋은, 원석 같은 배우”라며 극찬했다. 그러면서 “논리적으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 능력이 뛰어나 주어진 상황, 매번 미션과도 같은 촬영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줬고 그 결과 너무나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며 기뻐했다.
“우리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좀 나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적들 중에 ‘드라마는 없고 캐릭터만 있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맞고 또 틀린 말이죠. 출연 하는 모두 인물마다 각자의 전사가 다 있지만 영화 속에서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아요. 엄청난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인기피증으로 비주류가 된 털보(심은경), 정의감이 강한 전직 태권도 선수 출신이지만 부당하게 선수 생활이 끝나고 게임 속 히어로로 대리만족 하며 살고 있는 권유(지창욱), 왜곡된 시선 속에서 괴물이 돼버린 악당의 몸 민천상(오정세) 등…모든 인물들이 전사가 있는데 이는 설명이 아닌 캐릭터의 외모 성격 특징 속에 압축돼 표현돼있어요. 좀 더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느낌으로 감상하시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박 감독은 “기본적으로 기성세대들은 도전이 아닌 안정만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틀 안에서 옳고 그름을 너무 쉽게 이분법적으로 판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물론 세상의 쓴맛이 가혹할 때도 있지만 젊은 패기와 모험심, 체험을 통해 하나씩 이겨내고 변화를 이뤄내야 하는데 이미 모든 걸 시도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지쳐있고 겁부터 낸다. 그 결과 안전만 찾는, 패기와 도전이 없는 다양성이 사라진 사회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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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는 게임 세계 속에서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평범한 백수인 ‘권유’(지창욱)이 PC방에서 우연히 휴대폰을 찾아 달라는 낯선 여자의 전
권유가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 가운데 게임 멤버이자 초보 해커인 ‘여울’(심은경)은 이 모든 것이 단 3분 16초 동안, 누군가에 의해 완벽하게 조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조작된 세상에 맞서기 위한 이들의 짜릿한 반격이 시작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