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수 문희준이 결혼이라는 인생의 큰 경사를 눈앞에 두고 시름에 빠졌다. 20년지기 팬들과 봉합하기 힘든 균열을 온몸으로 마주하게 된 것.
발단은 문희준의 일부 팬들이 고액의 콘서트 티켓값 등을 들어 지난해 수개월간 진행된 문희준의 데뷔 20주년 콘서트가 결혼 비용 마련을 위한 콘서트가 아니였느냐며 제기한 '의혹'이다. 이 의혹이 발 없는 말을 타고 옮겨가며 '사실'로 비춰지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문희준은 지난 10일 결국 직접 팬카페에 글을 게재하고 '오해' 해소에 나섰다.
해당 글에서 문희준은 "문희준이 20주년 콘서트로 결혼 자금을 만들었단 말이 가장 속상한 이야기"라며 장기 콘서트가 결혼자금 혹은 소율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속상함도 토로했다.
또 팬들을 ATM으로만 생각했다는 지적에는 "단 한순간도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너무 속상하다"며 "팬들을 제일 먼저 생각해왔고 팬들 밖에 없었고 음악에 열정 또한 가득했던 가수 문희준의 20년을 왜곡하진 말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문희준으로선 뼈아픈 상황이다. 데뷔 후 겪어온 이른바 '100만 안티'와의 싸움 등 수많은 부침을 함께 이겨내고 동고동락한 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건, 어쩌면 안티의 공격으로 인한 고통보다 심적으로 더 큰 데미지를 남길 지 모른다.
특히 개인적 영리 목적과 팬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 공존하는 '연예'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삶을 영위해가는 연예인들에게 팬들이 한 번 왜곡된 시선을 갖기 시작하면 스타와 팬 사이 관계 자체가 본질적으로 틀어져버릴 수 밖에 없기에 이번 갈등은 향후 그의 활동 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글 속에서 팬들이 토로하는 서운함의 출발 지점은 소율과의 결혼 관련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문희준의 발언이지만, 그 근본 원인을 단순히 '오빠의 결혼'으로 치부할 순 없어 보인다. 여타 연예인들과 팬들 사이보다 더 특별하고 돈독한, 각별한 사이였기에 그만큼 마음 속에 켜켜이 쌓여온 희로애락이 이를 계기로 분출된 것이라 해야 맞겠다.
문희준이 십수년간 안티와 싸워온 과정에서 실제 가족이 할 수 없는 무수한 일들을 오직 문희준을 위해 해왔던 장본인들이기 때문.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도, 본인이 원해서 한 일이라 해도 그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서운함이 쌓이는 것 또한 당연한 인간의 심리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제3자들의 견해 중에는 그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반응 한편, 문희준을 지나치게 '내 사람'이라 여기는 팬들의 열성적인 심리가 어쩌면 이번 사건을 확대되게 만든 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한 네티즌은 "속상함을 느낀 팬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20년동안 팬생활하면서 희준씨는 팬들에게 행복을 줬고 좋은 음악을 선물했고... 그걸로 가수 문희준씨가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충분히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논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겠으나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문희준에게 다소 아쉬운 점은 논란에 대한 대응 방식이다. 자신의 마음이 곡해되는 상황이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지 모를 일이나, 팬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라면 해명에 앞서 팬들의 서운함에 대한 인정과 다독임이 선행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비단 스타와 팬 사이를 떠나 사람과 사람 사이 오랜 시간 참고 참다 곪아 터져버린 서운함을 풀어줄 때 상대의 마음에 접근하는 순서를 생각했을 때, 문희준이 쓴 장문의 글이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보단 오히려 등을 돌리게 만든 도화선이 됐다는 점은 다소 안타깝다.
문희준은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