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신미래 기자] ‘불어라 미풍아’에서는 두 악녀가 등장했다. 한 악녀는 마지막 회까지 악행을 저지르다가 교도소에 가게 되고, 또 다른 악녀는 유학길에 올랐다. 극중 임수향(박신애 역)과 한혜린(하연 역)의 이야기다. 두 악녀 모두 남주인공인 손호준(이장고 역)과 사랑을 이뤄지지 못한 채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됐다.
특히 한혜린은 ‘불어라 미풍아’에서 중간에 합류했지만 짧은 등장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안에서 손호준과 결혼하기 위해 하반신 마비라는 거짓말까지 치는 악랄함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짧은 분량에 대해) 하연이 역할은 다 한 거 같아서 미련이 남진 않고 좋은 추억이었다. 하반신 마비를 한 적도 없고, 갑자기 출연하게 되니까 준비하는 기간도 길지 않았다. ’내 다리 내놔’처럼 코믹스럽지 않게 녹아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자면서도 고민했다. 시트콤으로 보여지지 않도록 많이 고민했다.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사진=김승진 기자 |
하연으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한혜린. 그는 ‘불어라 미풍아’를 통해 2년 만에 복귀했다. 그는 데뷔한 지 10년 차가 넘었지만 연기 횟수로는 6년 차다. 그동안 회사적인 문제부터 개인적인 일까지 겹치며 의도치 않은 휴식기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한혜린은 쉬는 기간에도 복귀에 대한 부담감과 활동을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은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안하지 않았다. 2년 쉬었다고 하면 동료 배우들이 안 힘드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나는 어떤 상황이든 잘 받아들인다. 안절부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기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자신감일 수도 있다. 자존감이 흔들릴 때도 있는데 ‘저게 내건데’라는 생각은 한 적 없다. 질투의 마음이 생기면 스스로 컨트롤한다. 상대방이나 저에게 서로 도움이 안 된다. 볼 때는 오로지 관객의 입장이다. 저한테 역이 들어와야 고민하고 연구하는 타입이다.”
한혜린은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다. 정극 외에도 공포물부터 사극에 출연했으며, 마녀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맡은 바 있다.
“연기니까 할 수 있지 않나. 작품 속이니까 더 매력 있다. 색다르면 더 좋고, 일상생활을 해서 제가 해보지 못한 거 연기하기에 재밌을 거 같다.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같은 영화도 하고 싶다. 코미디 장르에 욕심이 많다. 드라마 ‘나의 유감스러운 남자친구’ 당시 양진성과 호흡을 맞췄는데 재밌는 장면이었다. 서로 개그 욕심이 생겼다. 그때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욕심도 있구나 생각했다.”
↑ 사진=김승진 기자 |
로맨스부터 코미디까지 어떤 장르라도 소화할 자신이 있다는 한혜린이 최근 재밌게 본 드라마는 ‘불어라 미풍아’가 아닌 ‘도깨비’였다. 그는 김고은이 맡은 지은탁 역보다 이동욱이 연기한 저승사자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동욱 선배님이 맡은 저승사자 역을 하고 싶다. 캐릭터 자체가 미스터리하다. 기억을 잃은 채 다른 사람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하지 않나. 자신의 기억은 하나도 없지만 다른 사람 함께한다는 설정이 재밌게 느껴졌다.”
또 올해 서른살이 된 한혜린은 배우로서, 여자로서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20대보다는 30대인 지금이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색도 좋아하고 생각도 좋아한다. 오히려 서른살 되니까 더 좋은 것 같다. 최근 본 책 중에 여자 중 가장 초라한 나이가 서른이라는 문구를 봤다. 가장 흔들리는 시기가 서른이라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많아졌는데 친한 남동생이 여자는 서른이 넘어야 여자로 보인다고 하더라. 위안이 됐다.(웃음) 제가 느끼기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20대에 시행착오가 많고, 너무 뜨거워서 실수도 많았다. 좀 더 여유가 생기고 그때보다 안정감이 좋다.”
↑ 사진=김승진 기자 |
한혜린은 당찬 배우였다. 옆에 있는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갖고 있었다. 배우로서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져 다시 한 번 눈길이 가는 배우였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자신의 모습에 대해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오롯이 대중들이 판단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정확한 표현을 하지 않은
“나만의 색깔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혜린의 향기, 템포가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미완성일 거 같은데.(웃음) 항상 미완성일 수도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대중이 느끼는 대로 느껴줬으면 좋겠다. 많은 기회를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내 색을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