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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이 로맨스 아닌 영화 '어느날'로 돌아왔다. 영화 '남과 여'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멋진 하루' 등등의 멜로나 로맨스물과는 결이 전혀 다르다. 남녀주인공 김남길과 천우희는 사랑의 감정이 아니다.
이 감독은 3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어느날' 언론시사회에서 "남자와 여자가 나오면, 또 그 둘이 사람이든 영혼이든 로맨스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존재한다"며 "'내부에서도 로맨스가 나오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이 이야기는 인생의 짧은,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어떤 동반자 느낌의 두 사람이 일종의 여행을 한다는 파트너로서 충분히 이야기 가치가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4월5일 개봉 예정인 '어느날'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강수(김남길)가 뜻밖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시각장애인 미소(천우희)의 영혼을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4살 때 엄마에게 버림받은 여자와 사고로 아내를 잃고 남겨진 사람의 삶과 죽음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슬프면서도 미소짓게 하는 부분도 있다.
이 감독은 "가능하면 시각장애인이나 죽음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이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걸로 후벼파고 극단적인 슬픔을 주려는 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다. 물론 분명 불편함을 느끼는 이도 있을 텐데 부정하지 않겠다"고 짚었다.
주인공인 김남길과 천우희는 사실 처음에는 고사한 작품이라고 고백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연기할 자신이 없었다"고 한 김남길은 "'이 판타지가 이야기 흐름에 거리낌없이 잘 적용될까?'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다시 시나리오를 받고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강수와 미소의 감정에 눈에 띄었다. 그 생소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천우희는 "역할에 대한 어색함이라고 할까? 낯간지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가 어둡고 진지했는데 이번에도 아픔은 있지만 조금은 다르다. '관객이 봤을 때 이질감이 있으면 어떡하지?'
이어 "사실 난 이런 역할들을 맡는 데 지치거나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안타깝게 여겨 걱정은 된다"고 웃으며 "멜로나 B급 코미디를 하고 싶은데 지금 당장 하면 관객들이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도전하고 싶지만 때가 됐을 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