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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하면서도 완성도는 높은 평가를 받았던 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가 종영을 앞두고 휘청거리고 있다. 배우 조여정에 의존하다가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로 작품성마저도 잃게 될 위기다.
지난 25일 방송된 '완벽한 아내'에서는 이은희(조여정 분)의 계략으로 정신병원에 갇혔던 심재복(고소영)이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뒤 구정희(윤상현)을 미끼로 삼아 이은희를 정신병원에 보냈다.
종영을 2회 남겨둔 '완벽한 아내'는 그동안 조여정이 연기한 사이코패스 악역 이은희가 이야기를 끌고 왔다. 속내를 숨기면서 첫사랑인 구정희에 집착하는 순간들은 섬뜩했다. 조여정은 상황마다 웃거나 싸늘한 표정으로 연기력을 뽐냈고, 시청자들의 칭찬은 이어졌다.
그러나 '완벽한 아내'는 끝으로 치달을수록 조여정에게만 의존하는 듯했다. 그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풀리는 것이 긴장을 높였으나 회차마다 반복됐다. 중심을 잡지 못하는 구정희와 모든 일을 감내하는 심재복은 큰 변화 없이 흘러갔다. 줄거리 구성보다는 캐릭터만을 앞세웠다.
제작진은 주인공 심재복의 변화의 계기를 정신병원에서 찾았다. '가족을 위한 희생'만을 생각하던 심재복이 드디어 이은희에게 맞서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이은희가 심재복을 정신병원에 가두게 한 것이나 심재복이 '복수'를 다짐하는 전개는 극으로 치닫는 막장드라마와 다르지 않았다.
'완벽한 아내'가 부진한 시청률에도 호평 받았던 것은 '친절한 이웃이 사실은 한 가정을 뒤흔들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는 조여정이 있었다. 반전을 거듭하는 이은희를 소화한 그의 연기력이 큰 힘이 됐다. 이은희가 심재복 가족의 평범한 일상에 스며드는 위험은 다른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요소였다.
좋은 칼도 너무 자주 쓰다 보면 무뎌진다. '완벽한 아내'는 심재복의 막판 복수를 위해 방송 내내 이은희의 기괴한 행동만을 강조했고, 이를 연기한 조여정이 가진 힘도 점차 떨어졌다. 조여정의 문제라기보다는 고소영 윤상현 성준 등의 캐릭터를 평면적이고 일관되게만 그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날 방송에서는 심재복과 강봉구(성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이은희는 결국 자신이 놨던 덫에 걸린 듯 동생 브라이언(차학연)의 동의로 정신병원에 강제로 들어가게 됐다. 이은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완벽한 아내'가 비로소 다른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굳이 정신병원를 소재로 삼지 않고, 조금 더 일찍 눈길을 끌 사건들이 일어났다면 뻔한 흐름으로 종반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은희는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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