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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살아있네'는 내가 20년 동안 한 것들을 잘난 체하듯이 만든 노랜데, 사람들이 '한 번은 재미있는데 계속 들을 이유가 없다'라고 하더라. 정치인들은 표로 민심을 헤아리지 않느냐. 우리도 음원 성적으로 민심을 헤아려야 하는 것 같다.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박진영은 지난해 5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신곡 '살아있네'가 전작 '어머님이 누구니'보다 음원차트 성적이 부진한 원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최근 가요계에서는 음원 순위만으로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음원차트는 최소한 음악을 듣는 이들의 민심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뜻도 담았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인 트와이스는 박진영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지 1년 후 네 번째 미니앨범 '시그널'을 발표했고, 박진영이 작곡한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데뷔 후 음원차트 1위를 접수하던 트와이스의 기세는 사라져 버렸고, 5위권 안에서 맴돌고 있다.
트와이스 팬들은 '시그널'이 발표된 후 박진영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불만을 쏟아냈다. 트와이스의 신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박진영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식스틴'을 통해 트와이스 탄생에 산파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팬들에게 트와이스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박진영은 JYP 소속 가수들의 앨범과 달리 트와이스 음악에선 상당 부분 뒤로 물러나 있었다. 트와이스는 그동안 작곡가그룹 블랙아이드필승이 작업한 '우아하게' '치어 업' TT'와 이우민이 참여한 '낙낙'으로 4연속 히트를 기록했다. 박진영은 트와이스의 다섯 번째 타이틀곡을 맡았지만, 성적이나 팬들의 호응 등에서 트와이스가 이전에 선보인 타이틀곡보다 파급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시그널'은 묵직한 베이스음이 흐르는 가운데 '사인을 보내 시그널 보내'라는 후렴구가 반복된다. 무게감 있는 사운드에 가볍지 않은 구성은 '트와이스의 변신'이라고 평가할 법하지만, 팬들은 트와이스가 해온 음악과는 친숙하지 않게 느꼈다. 멤버들이 담당하는 파트나 분배에 대해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값어치가 높은 '박진영'이라는 브랜드에 비해 결과물은 그 수준을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지난 1월에도 있었다. 수지의 솔로 앨범 '예스? 노?의 선공개곡이자 아르마딜로가 작곡한 '행복한 척'은 좋은 반응을 얻어 음원차트 1위에 오른 반면, 박진영이 만든 타이틀곡 '예스 노 메이비'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박진영은 의도하지 않게 수지에 이어 트와이스 타이틀곡으로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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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시그널' 음악 외에 안무에서도 트와이스를 일정 부분 도왔다. 트와이스는 '시그널' 쇼케이스에서 "트와이스가 귀여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시그널'을 통해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박진영 PD님과 최초로 작업한 만큼 안무에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박진영 PD님이 직접 안무를 봐주시기도 했다"고 밝혔다.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은 '시그널' 음원만큼이나 안무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트와이스는 쇼케이스 내내 '파워풀한 안무'를 강조했으나 '찌릿찌릿' '하트' '왜' 등으로 이름 붙여진 포인트 안무는 다른 그룹과 비교해 강하거나 센 동작은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트와이스의 '율동과 안무' 사이의 동작을 그대로 재현한 듯 보였다.
그렇다고 이 모든 화살을 박진영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트와이스에 앞서 '월드스타' 싸이가 정규 8집을 발표했고, 아이돌에서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는 아이유나 최근 들어 강세를 보이는 인디신 출신의 혁오가 활동을 재개했다. 여기에 가수 수란과 언니쓰의 깜짝 선전이 더해져 가수들이 음원차트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어서 트와이스가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만은 않았다.
스페셜 앨범을 포함해 데뷔 후 1년 6개월 만에 한국에서 다섯 장의 앨범을 쏟아낸 트와이스의 관리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9명의 소녀를 모아놓은 트와이스는 지금까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멤버들의 힘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공백기가 없다시피 할 정도로 자주 신곡을 발표해 개개인의 매력만으로 끌어가기에는 힘에 부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트와이스가 여전히 사랑받는 그룹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팬들의 원성이 높지만 '시그널'이 발매 직후 음원차트 1위에 오른 건 이에 대한 방증이다. 그러나 지난해 각종 가요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고, 걸그룹 최다 음반 판매량을 경신하고, 걸그룹 유튜브 조회수 최고 기록을 세운 트와이스가 현재 1위에서 밀려나 상위권에만 머무는 데는 박진영이 작곡한 '시그널'이 아쉽기만 하다.
JYP 소속 가수들은 앨범 발표를 앞두고 내부 투표를 통해 타이틀곡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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