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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학교'. 제공|엠넷 |
'아이돌학교', 참 대책없는 학교다.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퇴소시켜 비난을 받더니, 느닷없이 퇴소생들을 일반반에서 트레이닝한단다. 가만히 보니, '아이돌학교'는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을 쏙 빼닮았다.
3일 방송된 엠넷 '아이돌학교'에서는 40명 학생들 중 두 주간에 걸쳐 치러진 1차 데뷔능력고사와 온라인선행평가 등을 합산한 결과, 퇴소할 하위권 학생 8명이 발표됐다. 40등 조세림부터, 39등 홍시우, 38등 양연지, 37등 윤지우, 36등 정소미, 35등 이슬, 34등 화이트 미셸, 33등 스노우베이비까지 8명이 퇴소생으로 결정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냉혹하기 짝이 없는 학교라는 비판으로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상황은 그 뒤 이순재 교장선생님이 등장하며 벌어졌다. 이순재는 "퇴소생들 아쉬워할 필요 없다. 아이돌학교는 여러분과 함께한다"며 퇴소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고 일반학급에서 다시 수업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뭐가 부족한지를 발견하고 노력하면 되는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순재 교장선생님의 말에 퇴소생들을 비롯한 학생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어리둥절해졌다. 8명을 퇴소시킨다고 할 때는 언제고, 다시 그 학생들을 일반학급에 보내겠단다. 남으라는 건지, 떠나라는 건지, 퇴소시키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알아듣기 힘든 상황이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4일 제작진은 '전체 프로젝트 계획'이라는 것을 공개했다. 내용인즉 ‘아이돌학교’ 방송 종료와 함께 데뷔하는 학생은 9명이며, 11회 방송까지 학생들은 육성회원의 투표에 따라 퇴소하고, 투표 순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일반반으로 옮겨져 트레이닝을 받는다는 것. 그러면서 일반반 학생들은 트레이닝을 받으며 맞춤형 방송과 공연을 통해 육성회원들을 만나게 되며, 이를 통해 내년 중 데뷔 기회를 갖게 된다고 했다.
이건 또 뭔가. 우열반으로 나뉘어 우등생 반부터 차례로 데뷔를 시키는데, 그 데뷔는 육성회원들의 손에 달렸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40명 학생들을 꾸준히 교육해 결국 모두 걸그룹으로 데뷔시키겠다는 것인가?
다시 의심스러워진다. 이날 1차 데뷔 능력고사로 치러진 조별 무대를 본 육성회원과 시청자들은 솔직히 일부 학생들이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확인했다. 어떤 분야든 열심히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듯, 40명의 학생들이 모두 걸그룹으로 데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데뷔를 시켜주겠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Mnet 관계자는 “가수의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되고자 수립한 ‘아이돌학교’의 중장기적 계획을 단계별로 공개하는 중”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력 있는 국내외 제작자 및 기획사에게 맞춤형 아티스트를 연결함으로써 음악 생태계 구성원 간 발전적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직접 데뷔시키는 건 아니라며, 한 발을 빼는 뉘앙스다.
'아이돌학교'에 가장 아쉬운건, 큰 크림의 교육정책을 그려놓고 시작한 학교인지 보면볼수록 의심이 간다는 점이다. 교육에 관한한 큰 그림이 서 있다면, 이를 먼저 밝히는게 순서다. 그래야 학생들은 혼란을 덜고, 학습에 매진할 수 있다. 잘못된 교육정책이
'아이돌학교'는 씁쓸하게도 현실 교육을 쏙 빼닮았다. 큰 그림이 뭔지 모르겠고, 오락가락한다. 학생들은 그 가운데서 무대에서 빛나는 '기술'만을 익혀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학교를 방송에서까지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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