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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이아이피" 8월 23일 개봉 |
영화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른 범죄드라마다.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분), 경찰청 형사 채이도(김명민 분), 보안성 요원 리대범(박희순 분)이 각자의 목적과 욕망을 가지고 VIP 김광일(이종석 분)을 확보하기 위해 집요한 공방전을 벌인다.
영화 속에서 네 사람이 부딪히는 장면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인물들의 관계가 메마르게 다가온다. 극중 인물들의 심리의 변화나 감정 교류 등에 대한 설명보다 사건 중심으로 그려져 관객들에게 공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영화의 대한 설득력을 다소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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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는 ‘부당거래’ 각본, ‘신세계’ 연출의 박훈정 감독이 내놓은 야심작으로, 앞선 영화들 보다 더욱 커진 국가 기관간의 충돌을 다뤘다. ‘부당거래’가 경찰과 검찰, 그리고 건설 마피아 사이의 정치를 다뤘고 ‘신세계’가 깡패들이 넥타이 매고 정치하는 이야기였다면 ‘브이아이피’는 그 판이 좀 더 확장돼 국가들끼리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로 나아간다.
그만큼 영화 속에 자극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많이 배치돼 있다. 또한 장르적인 강렬함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자아낸다. 예상되는 결말로 인해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허무한 감이 들며, 깊은 여운을 안기진 못한다.
그럼에도 ‘브이아이피’는 박훈정 감독 특유의 힘 있는 연출력과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스토리텔러다운 재치를 영화 속에 여실히 녹여냈다.
무엇보다 영화 속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누구하나 흠 없는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다. 장동건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잘생김을 내려놓고 평범함을 입었다. 철테 안경에 무채색 수트를 착용하는 등 그의 화려한 외모를 가리는 게 관건이었다. 그러나 캐릭터 적으로 다소 건조한 느낌을 안겨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연기 본좌 김명민의 노련함이 확연히 드러났다. 앞서 진행됐던 ‘브이아이피’ 언론시사회에서 담배를 물고 연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던 그의 말이 무색하게 어떠한 연기적 장애물에도 끄떡없이 소화해냈다.
박희순은 비교적 적은 등장에도 묵직한 존재감을 보였다. 배우들이 영화를 보고 그가 맡은 리대범 역을 탐내할 정도로 그는
이종석은 ‘브이아이피’를 통해 놀라운 연기 변신을 보였다. 본인조차 의아해 엄두가 나지 않았던 느와르물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특히 그의 하얀 피부와 곱상한 외모가 거친 느와르와 대조되어 더욱 서늘함을 안겼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