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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보아를 똑똑하게 활용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보아의 얼굴은 곱게 화장을 하거나, 민낯이어도 변함없이 예쁘다. 한 편의 맑은 수채화를 보는듯한 영화에 보아의 비주얼은 꼭 들어맞는다. 당차고 세련된 ‘아시아의 별’이 아닌 서른 날 젊은 나이에 죽음을 앞둔 ‘수련’으로 한껏 청순해진 보아는 역시나 아름답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누르며 의연하고 담담하게 남은 삶을 정리하는, 절제된 깊이 감을 소화하기엔 아직은 역부족인 듯하다.
지난 12일 보아를 전면으로 내세운 로맨스 ‘가을우체국’(임왕태 감독)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서로 다른 인생 2막을 꿈꾸는, 아니 준비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방식대로 삶을 정리하려는 수련(보아)과,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수련과의 결혼만을 꿈꾸며 살아온 준(이학주)의 사랑 이야기를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고도 애잔하게 담아낸 어른 동화다.
특히 극 중 보아가 맡은 수련과 그녀의 아버지(오광록)이 주고받는 대사는 시의 향연을 보는 듯 하고, 시시때때로 흘러나오는 선율과 이와 어울어지는 보아의 모습은 마치 사랑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하다. 극 중간 중간에 소소한 웃음을 담당하는 명품 조연들의 활약 역시 이견 없이 최고다.
다만 극 전체를 이끌고 가는 보아의 연기는 주어진 롤에 비해 다소 내공이 부족하다. 잔잔한 내레이션이나 아버지와의 과거 회상, 일상의 연기가 주를 이루는 극의 중반부까지는 특별히 튀는 곳 없이 무난하게 끌고 가지만 감정 선의 굴곡이 심화되는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다소 부족한 연기 경력은 어쩔 수 없이 드러나고야 만다. 줄곧 감정을 절제해오다 비로서 슬픔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라든지, 감정이 급격하게 내려앉거나 이내 참지 못하고 끌어 오르는 지점들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의 표현에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일찌감치 가요계를 평정한 뒤 이제는 배우의 길로 접어선 보아.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녀가 ‘가을 우체국’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배우 보아의 성장은 계속 지켜볼만하다. 오는 10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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