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려 ‘5관왕’, 그리고 ‘3관왕’이다. 나문희(76)와 설경구(49)가 2017년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남녀 주연상’을 휩쓸며 올해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다. 두 사람은 영화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배우’로도 선정되며 의미 있는 황금기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단역과 조연을 거쳐 당당히 원톱 주연에 올라 올해 극장가를 점령한 마동석(47)의 활약도 눈부셨다.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희생부활자’로 신들린 연기를 선보이며 중년 파워를 다시금 입증한 김해숙(62), ‘채비’를 통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 ‘국민엄마’ 고두심(66)까지, 올해는 중·노년 스타들의 활약이 빛났다.
2017년 '미친 존재감'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은 물론 시상식 무대에서도 올해 가장 찬란하게 빛난, 배우 나문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휩쓴 그녀. '제1회 더 서울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시작으로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37회 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 감독들이 직접 선정한 ‘제17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도 ’올해의 여자배우상’을 차지하며 4관왕에 올랐다. 여기에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까지 수상하며 가히 ‘나문희 천하’임을 입증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옥분 역을 맡아 다채로운 연기를 펼친 그는 연기 56년 만에 비로소 최고의 한 해를 맞이하게 됐다.
나문희는 “정말 행복하다. 일을 할 때도 전부 어린 사람들이었고, 여기도 전부 젊은 사람들인데 내가 그 틈에 끼어서 인기상을 받다니 참 좋다”면서 “나는 이렇게 남아 앞으로도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 후배들을 보면 너무나 잘해서, 한국 영화배우들이 전 세계에서 연기를 제일 잘 하는 것 같다. 나의 친구들 할머니들, 제가 대신 상을 받았다. 여러분도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해서 상을 받으시길 바란다”는 수상 소감으로 객석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낸 바 있다.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나문희는 어느덧 56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가 됐다. 그녀에게도 잊지 못할 한 해가 됐을 2017년, 대중에게도 잊을 수 없는 배우가 됐음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순간이었다.
![]() |
배우 설경구는 ‘대종상’에 이어 ‘영평상', ‘디렉터스컷 어워즈’ 남우주연상까지 ‘3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청룡영화상’에서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올해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인 ‘택시운전사’ 송강호에게 트로피를 내주고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호평에 인기까지 누렸으니 올해 최고의 스타다.
유난히 바쁜 한 해를 보낸 그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한편,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앞서 2000년 열린 제20회 영평상에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신인남우상을, 2002년 제22회 영평상에서는 ‘오아시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설경구는 한 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보란듯이 부활했다. 설경구의 탁월한 연기력, 강한 의지가 부활의 힘으로 작용했다.
![]() |
‘마블리’라는 별칭을 넘어 이제 이름 석 자, 그 자체만으로도 대세가 됐다. 그야말로 충무를 짚어 삼킨 배우 마동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남한산성’ ‘킹스맨2’에 밀려 상대적 약체로 여겨졌던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는 약 68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후속작인 ‘부라더’가 약 149만 관객을 기록한데도 마동석 파워가 작용했다.
마동석은 자칫 ‘마초’ 이미지로 굳혀 질 수 있었던 비주얼 적인 한계를 오히려 비교불가한 매력으로 똑똑하게 활용했다. 그 결과 ‘마블리’라는애칭을 얻으며 특유의 매력을 발산, 충무로의 다작 배우로 성장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던 그는 급기야 천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에서는 주연 공유의 존재감마저 뛰어넘으며 ‘마동석 영화’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연기를 잘 하는 배우, 뭘 해도 호감인 배우지만, 주연으로 나선 적이 없던 터라 ‘범죄도시’에 대한 기대치는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제대로 반전이 일어났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 윤계상 등의 등판에 힘입어 마동석은 원톱 주연으로 우뚝 섰다. 게다가 전혀 다른 결의 ‘부라더’에서 그는 주특기 중 하나인 ‘코믹 연기’를 제대로 펼쳤다. 극장가를 마비시킨 마동석, 올해는 그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
연기 인생 56년 만에 최대 황금기를 맞은 나문희를 비롯해 올해는 유독 중년 스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희생부활자’로 가히 충격적인 변신을 보여준 김해숙은 작품에 대한 평가나 흥행을 떠나 완벽한 연기력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좀처럼 스크린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국민 엄마’ 고두심은 영화 ‘채비’를 통해 묵직한 깊이감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연기파 백윤식은 ‘반드시 잡는다’에서 성동일과 기대 이상의 케미를 선
이들의 활약을 보고 있자니 나이는 역시나 숫자에 불과했다. 어떤 수식어, 어떤 경력, 얼마만큼의 경험이 아닌 연기를 대하는 변함없는 진심과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이 이들을 더욱 빛나게 한 한 해였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