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로 인기를 모은 MBC '압구정 백야'에서 조지아 역으로 사랑받은 배우 황정서가 돌아왔다. 당시 극중 조지아 역을 맡아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이며 안방극장 '신성'으로 떠올랐던 그는 드라마 종영 후 홀연히 사라졌다 무려 3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나선다.
그의 컴백작은 연극 '라 쁘띠뜨 위뜨(La Petite Hutte, 부제: 러브인 아일랜드)'다.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연극을 택한 건, 연기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는 황정서를 만나 지난 시간의 못 다한 이야기와, 새로운 출발을 앞둔 속내를 들어봤다.
"'압구정 백야' 이후 잠시 쉬는 기간을 갖고 싶었어요. 여행을 통해 재충전도 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도 했죠. 하지만 다시 작품 활동에 나서기까지 3년이나 걸릴 줄은 사실 몰랐어요."
'라 쁘띠뜨 위뜨'는 프랑스 극작가 앙드레 루생 원작의 코미디 멜로드라마로 파리에서만 1500여 회 매진 사례를 기록할 만큼 프랑스에선 유명한 작품. 지난 15일 개막해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황정서는 극중 여주인공 수잔 역을 맡았다. 수잔은 무인도 불시착 후 남편 필립과, 남편의 친구이자 7년 동안 몰래 교제해 온 연인 앙리 그리고 무인도에서 만난 원주민(왕자) 세 남자와 묘령의 관계를 이어가는 '마성의 여인'이다.
글로 풀어낸 관계도로만 봐도 만만치 않은 이 인물을, 그것도 생전 처음 서는 무대에서 연기로 풀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름 작심하고 복귀를 준비한 만큼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른 황정서지만 소위 '멘붕'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 |
황정서는 특히 "수잔의 대사나 감정은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는데 연출님이 대사를 아주 세련되게, 깔끔하게 만들어주셨다"며 이종오 연출에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카메라 앞 연기가 익숙했던 그에게, 연극 무대는 소위 '멘붕' 그 자체였다. 클로즈업이든, 바스트샷이든 카메라가 비추는 부분 위주로 연기를 해왔던 황정서로서 러닝타임 내내 풀샷으로 관객 앞에 노출되는 무대 위 연기는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였을 터. 연습 과정에서 수없이 눈물을 쏟았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처음엔 멘붕이 자주 왔었어요. 지칠 때도 있었지만, 사람이 참 적응의 동물이라고(웃음), 해야지 해야지 하니 되더라고요. 또 연출님과 선배님들이 너무 잘 해주셨다. 늘 용기를 주셨고, 존재만으로도 힘이 됐어요."
긴 공백 끝에 만난 연극 '라 쁘띠뜨 위뜨'는 황정서에게는 반가운 당근이자 매서운 채찍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배우' 황정서를 한층 성장하게 하는 기제가 됐다는 것.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당당한 주인공으로 두 시간을 꽉 채우는 저력은,
연극 '라 쁘띠뜨 위뜨'는 황정서를 비롯해 김민수, 주원성, 김무준, 박형준, 박세령, 이철, 조준휘, 김주왕, 박진원 등이 출연한다. 오는 7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 하람홀 명보아트시네마에서 공연된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