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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진’의 영예를 안은 김수민. 사진|강영국 기자 |
“주근깨 있는 후보는 저밖에 없더라고요. 하하.”
김수민(23)은 첫마디부터 유쾌한 배신감을 줬다. ‘미스코리아 진’이란 우아하고 화려한 왕관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소탈한 모습, 그리고 털털한 화법. 그의 말마따나 “옆집 여대생 같은” 느낌이었다. 즐겨보는 프로그램도 ‘한국인의 밥상’이나 ‘우리말 나들이’이라고 하니 시작부터 신선하다.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김수민은 명색이 대회 후 첫 인터뷰인데 편안한 청바지에 스트라이프 셔츠 차림이었다. 얼굴도 노메이크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추럴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천만불짜리 미소로 넘실댔다. 사람을 금세 무장해제시키는 마력이었다.
“진으로 뽑힌 날 삼겹살 먹고 푹 잤다”는 그는 “자고 일어나보니 뚱뚱하다. 별로 안 예쁘네, 옆집누나 같다는 악플이 있더라”며 털털하게 웃었다.
“저는 제 몸이 건강하게 보이는 게 좋아요. 살을 빼 볼까 시도한 적도 있지만, 그때 부모님이 ‘왜 남을 좇아가냐? 실망했다’고 혼 내시더라고요. 저도 다이어트 안 하고 유지하길 잘 했다 싶어요.(웃음) 합숙소에서도 1인 1식하던 친구들이 갑자기 3식을 하니까 배탈 나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는 꼬박 3끼 먹고 대회에 나갔어요.”
김수민은 지난 달 열린 제62회 ‘2018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서 ‘진’의 왕관을 썼다. 날고 기는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미스 경기 진이었던 그는 ‘서울 진=미코 진’이란 공식을 깨고 신데렐라로 탄생했다. 이름 석자가 호명되는 순간 “멍했다”는 그는 “제일 준비가 안됐던 후보 중 한명이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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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장래희망은 국제부 기자다. 자신을 소개하는 해시태그로 민낯 자신감, 먹방요정, 레깅스를 꼽기도 했다. 사진| 미스코리아 사무국 제공 |
-한달 정도 넘었는데 스케줄이 매일 있는 건 아니에요. 다른 입상자 7명과 오션월드 가서 홍보영상 찍었고요. 나머지 시간엔 공부하고 있습니다.(웃음) 곧 예능에도 출연할 것 같아요.
Q. 특기가 외국어, 한영중 3개 국어가 가능하다면서요. 중국어는 어떻게 공부했나요?
-1년간 북경대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배웠어요. 대학교 때 부전공이 중국어이기도 했고요.
Q. 1억원 상금은 어디에 쓸 건가요?
아직 못 받았는데요. 아시다시피 상금의 반이 장학금이에요. 원래 대학원 계획도 있었기 때문에 (미스코리아 활동 기간이 끝나는) 2년 뒤에 쓸 생각이에요. 전공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못했지만 요즘엔 미디어 저널리즘이나 페미니즘, 여성학에 관심이 있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Q. 경기 진이었는데, 어느 정도 입상을 예상하지 않았나요?
-본선에 들어가면 진선미 타이틀 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 심사위원들도 모두 다시 심사하고요. 소망은 했지만 수상할 것 같다는 확신은 서지 않았던 게 예쁘고 재능 있는 분들이 워낙 많으셔서요. 또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하고 온 후 3일 만에 본선대회였어요. 시차 적응도 안됐을 때 대회에 나가게 된 셈이죠.
Q. 이름이 호명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멍했죠. 수상소감 준비가 하나도 안되어 있었거든요. 가장 먼저 든 느낌이 왕관이 생각보다 무겁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왕관이 무겁네요”란 얘길 첫마디로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질문에 대답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왕관이 자꾸 떨어져서 잡고 인터뷰 했던 기억이 나요.(웃음)
Q. 집에서 반응은 어때요. 대우가 달라졌나요?
-저도 그런 게 있을까 했는데…(웃음) 그렇지도 않아요. 대회 당일날 부모님과 남동생, 친구가 와서 잠깐 보고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담담한 거예요. 침착하셔서 오히려 제가 당황했어요. 근데 가시면서 아버지가 우셨대요.
Q. 그래도 동네주민들 반응은 뜨겁지 않나요?
-맞아요.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와서 집 앞에 에어로빅이랑 줌바를 배우러 다녔거든요. 그때 알게 된 아주머니들이 많이들 축하해주셨어요. 한번은 댓글을 보는데, 같은 아파트 아주머니들이 ‘같은 아파트에 살아요’ 하면서 댓글을 많이 남겨주셨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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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준비 안 된 후보였다”는 그는 “정말 그 어떤 인터뷰보다 힘들고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사진|강영국 기자 |
Q. 경험자로서 ‘진’은 어떤 사람을 뽑는 것 같던가요?
-지역 예선, 본선 1차, 2차, 마지막까지 경험하면서 느낀 건 겉에서 봤을 땐 예쁜 사람만 뽑는 대회인가 보다 그런 부정적인 느낌이 초반에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건 면접 인터뷰에 비중을 많이 둔다는 거였어요. 그때 '제 얘길 들어주는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이슈나 질문에 대해 제 생각을 표현하길 원하고 제 소신을 들어주고 반응해주시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인터뷰가 꼬리질문으로 이어지다 심층면접이 되더라고요. 제가 봤던 그 어떤 면접보다 제일 어려웠어요. 생각지도 못한, 허를 찌르는 질문이 많았어요. 평소 이 친구가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왔다면 대답할 수 없는 난이도 높은 질문이 많았죠. 또, 틀에 박힌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창의적인 대답을 바라는 느낌이랄까. 그걸 거치면서 외모만 보고 뽑는 대회가 아니구나, 정말 지덕체 지덕체 하잖아요. 이번에 직접 심사를 거치면서 정말 절감했어요.
Q. 왜 자신이 진이었을까요?
-주근깨가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더라고요. 솔직함과 당당함, 그리고 자연스런 분위기가 아닐까 싶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인터뷰 심사 때 좋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아요. 질문 던졌을 때 제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씀 드렸어요. 제일 준비가 안됐던 후보 중 한명이었죠. 그래서 긴장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어요. ‘안녕하십니까’를 할 줄 몰랐다니까요. 걷는 것도 합숙소 들어가서 두달 간 받았는데 많이 혼났죠. 집안 마실 나온 것 같이 걷는다고. 합숙을 하면서 ‘역시 내 분야가 아니군’ 하면서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죠. 경기 진에 당선된 후 ‘우리 딸이 더 예쁜데 왜 쟤가 진이니?’ ‘돈이나 인맥으로 되는 건가’란 수근거림도 들렸어요. 그런데 경기 대표님이 ‘넌 될 만한 사람이니 된 거고 본선에서 열심히 하라’며 ‘안 좋은 소문은 개의치 말라’고 응원해주시면서 다독여주셨죠. 그게 동기가 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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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기자를 꿈꾸는 그는 “강경화 장관과 제니퍼 여 넬슨을 인터뷰 해보고 싶다”고 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Q. 정말 평범한 집안인가요?
-네. 3남매 중 장녀이고, 아버지는 개인사업 하시고 어머니는 전업주부세요. 남동생 여동생이 있는데 고등학생 대학생이고요. 평범해요.
Q. 왕관이 주는 무게는 어떤가요.
-더 열심히 배워야겠단 생각을 해요. 이 자리에 오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 고민하게 되고, 자리가 주는 부담감 책임감을 느껴요. 이 자리를 주신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요. 내가 갖고 있는 걸 이용해서 도움이 되고 싶어요. 특히 20대 여성을 뽑는 대회니까 젊은 여성들에게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해요. 어떤 소신을 밝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모습을 보이냐에 따라 위상 변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Q. 올해는 신체 사이즈가 본선대회에서 사라졌는데요.
-맞아요. 긍정적인 변화라 생각했어요. 숫자로 보는 미의 기준이 아닌 그 사람의 체형을 보고 심사하는 거잖아요. 다양한 체형의 미가 반영됐다 생각해요. 제 몸무게(173cm, 58.9kg)를 보고 한국을 대표할 수 없는 미인이라는 악플도 있는데, 건강한 몸이고 심하게 다이어트 안하고 유지해서 다행이라 생각해요.(웃음) 평소 1인 1식 하던 후보들이 합숙소에서 3식을 하면서 소화가 안돼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저는 1일 3식을 꼬박 챙겨 먹고 대회에 나갔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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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민은 절친한 대학 친구와 함께 푸드 블로거(Fattsoo`s Cravings)를 운영 중이다. |
-네. 아주 좋아해요. 푸드 블로거로 활동 중이기도 해요. 대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 1명이랑 음식을 워낙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먹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어요. 구글에서 치면 나와요. 그 주소는 넣어주셔도 돼요.(Fattsoo’s Cravings)
Q.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어떻게 가게 됐나요?
-중학교 3학년때 갔어요. 친척이나 연고는 전혀 없어요. 제가 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가게 됐어요. 버팔로 지역에서 현지 가족들과 살면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까지 갔어요. 제가 어디 가서 정착을 잘 하는 편이에요.(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이 이런 기회를 줬다는 게 감사해요. 대학교를 찾을 때도 제 힘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장학금 제일 많이 주는 학교를 선택했죠.
Q. 그럼 대학 내내 장학금을 받았나요?
-4년 내내 장학금 받고 다녔어요. 기숙사비만 빼고요. 근데, 부모님이 되게 안타까워하셨어요.(김수민은 이 대목에서 눈물을 조금 보였다.) 안 그랬으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하셨죠.
Q. 공부를 아주 잘했나봐요.
-열심히 했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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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민은 자신의 매력을 “당당함과 자연스러움”이라고 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Q. 미스코리아 대회엔 왜 나가게 됐나요.
-미스코리아 대회를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졸업을 앞두고 대학 마지막 학기이고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을 무렵 눈에 들어왔어요.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또 추억 만들기란 명목이 더 컸죠. 덜컥 진이 될 줄은 몰랐어요.
Q. 연예계 진출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던데요.
-그게 기사가 잘못 나간 거예요. 연예활동 계획이 전혀 없다고 기사가 나갔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안한다고 하고선 방송에 나오면 거짓말 한 사람이 되잖아요. 진으로 활동해야 하는 2년간은 오는 기회들을 일부러 피할 생각은 없어요. 좋은 경험도 해보고 싶고 모든 걸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요.
Q. 그래도 방송기자가 최종 꿈인가요?
-네. 국제방송 쪽을 선호하긴 해요. 대학(미국 디킨슨 대학교 국제경영학 전공) 때 학생기자였어요. 기자란 직업이 매력적일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매주 나오는 신문시간 맞추고 편집 맞추고 시간 받고 교수님들 인터뷰 한다고 늘 뛰어다닌 기억이 있지만 제일 궁금하고 쓰고 싶었던 것에 대해 질문할 권리와 답을 들을 수 있었던 게 매력적이었죠. 우리 사회나 국제이슈에 관심이 많아요. 취재하고 질문하고 그런 게 좋아요. 국제방송이나 다른 언론사들도 생각하고 있어요. 언론고시 준비도 해야 하는데 현재 공부는 하고 있지만, 취업을 한다 해도 2년 후에나 시작할 수 있어요. 그 전엔 미스코리아 신분에 맞는 여러 활동들을 해야 해요.
Q. 기자가 된다면 어떤 사람을 인터뷰 하고 싶나요?
-음… 강경화 외교부장관이요. 여성 최초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쿵푸팬더' 총괄 감독을 한 제니퍼 여 넬슨(여인영) 감독님도 인터뷰 하고 싶고요. 성공한 여걸들을 취재해보고 싶긴 해요.
Q. 미스코리아 선배 중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있나요?
-여러 선배님들이 계시지만 일단 2011년 이성혜 선배님을 만나고 싶어요. 한창 시청자 입장으로 바라봤을 때 인터뷰 보고 감명받았거든요. 방송에선가 학창시절 왕따 고백을 했는데 공개하기 어려운 경험일 수도 있는데 당당하게 밝히는 걸 보고 많은 걸 생각하게 했어요. 그런 경험들을 거쳐서 지금의 자리에 있는구나 감명 받았죠.
Q. 남자친구는 있나요? 있으면 있다고 할 것 같아서요.
-지금은 없어요. (웃음)
Q. 어떤 사람에게 끌리나요?
-자기 일에 열정적인 사람요. 자기 일에 빠져있는 사람이 좋아요.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하게 있고 거기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에게 끌려요.
Q. 평소에 어떤 일을 하면서 힐링하나요?
-아까도 말했지만 음식에 관심이 많아요. 굉장히요. 푸드 마케터로 일하고 싶단 생각을 해볼 정도로 음식을 좋아해요. 춤추고 노래하는 것 좋아하고요.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Q. 그럼 요즘 쿡방 예능이 많은데 자주 보나요?
-네, 보긴 하는데 ‘한국인의 밥상’ 이런 거 좋아해요. 게스트로 출연하고 싶어요.(웃음) 퀴즈쇼도 해보고 싶고요. ‘우리말 나들이’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프로그램도 즐겨 봐요. 이번에도 외국인 친구 한명이 왔다갔고, 오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Q. 미스코리아 진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단 분위기도 있어요.
-그래서 그 역할을 제가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매년 나올텐데 그들이 봤을 때 영감이 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해주고 싶어요. 저의 매력은 당당함이라 생각해요. 소신도 있고 변화도 있고. 이번 대회를 경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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