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목격자`의 조규장 감독은 이성민을 포함한 배우들에게 호평의 공을 돌렸다. 제공|스콘 |
“저 역시 어떤 죄책감(?), 그런 불편한 마음을 가진 채 영화를 만들었어요. 저 조차 선뜻 신고하지 못하겠지만…그래도 찍으면서, 거듭 생각하고 일어날 수밖에 없는 다음 일들을 마주하면서 조금씩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무섭고 씁쓸했만 (그래서)결국엔 생각이 바뀌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생각할 거리, 여운이 남는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어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 같아서, 영화가 아닌 현실 같아서, 더 무섭고 씁쓸하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짙은 여운이 남는다. 조규장 감독표 ‘목격자’가 ‘현실 스릴러’ 혹은 ‘체험 스릴러’로 불리는 이유다.
‘목격자’ 개봉을 앞두고 만난 조규장 감독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 숨도 못 잤다”며 수줍게 웃는 그는 “늘상 만나는 장르지만 조금은 다른 걸 느끼게 하고 싶었다. 정신없이 빠져들었지만 보고 나면 금세 잊게 되는 스릴러가 아닌, 보고 난 뒤에 더 많이 생각나는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목격자’는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누구라도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에 몰입할 수밖에 없고, 몰입한 나머지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을 담는다.
어느 날,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 나는 살인 현장을 봤고, 살인자는 나를 봤다.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 ‘그 놈’이 나의 가족을 위협하기에 목도한 진실을 섣불리 말할 수 없는, 평범한 ‘목격자’의 이야기다.
“가장 일상적인 게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뗀 조 감독은 “리얼리티 그 자체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 외에는 사실 한 게 없다. 배우들의 ‘연기’로 완성된 작품”이라며 호평의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우리 영화에서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가 (리얼리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 쉬우면 쉬울 수도, 어려우면 한 없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살인마 태호 경우, 대사 없이 끔찍한 행동과 분위기로, 어떤 찰나의 눈빛 만으로 공포를 자아내야 하고 주인공 상훈 역시 공포에 떠는 모든 순간들을 일상적인 모습 안에서 표현해야 해요. 형사 재엽 역시 단지 범인을 쫓는 게 다가 아니라 비협조적인 아파트 주민들, 즉 집단이기주의와 부딪히며 겪는 갑갑함을 보여줘야 하고요. 모두가 정말 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 해줬죠.(웃음)”
특히 이성민의 연기는 매순간 놀라움을 안겼단다. “왜 ‘연기신’이라고 불리는 지 알겠더라”라며 엄지를 치켜 세우는 조 감독.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디테일까지 놓지질 않는다. 어떤 시선부터 눈빛, 각도, 미세한 손짓까지 어떤 디렉션을 정확하게 기억해 동시 다발적으로 해낸다. 본능적인 것과 치밀한 계산(?)이 딱 맞아떨어지는 연기가 늘 놀라웠다. ‘저렇게 할 수 있구나’ 싶더라”며 놀라워 했다. 그러면서 “이성민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극에, 인물에 몰입이 되더라. 정말이지 새삼 ‘연기자’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에 성공한 곽시양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별로 소비되지 않은 이미지, 그리고 타고난 강인한 비주얼이 중요했다. 탁월한 외모에 남자다운 어떤 단단한 이미지가 숨겨져 있어 좋았다”며 “가상의 인물을 현실처럼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고민도 많이 했다. 워낙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 와 현장에서는 오히려 별로 터치할 부분이 없었다. 너무 잘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감독으로서나 인간으로서나 저를 조금은 ‘성장’하게 한 것 같아요.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았고, 커리어로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생각보다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으면서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해야할 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요. 이제 막 시작하는 감독으로서 ‘영화’라는 것 자체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됐고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건강한 숙제와 고민거리가 많아진 셈이죠. 앞으로 제 감독의 길에 있어 좋은 나침반이 돼 줄 영화에요.”
한편, 조규장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그대로 범인의 정체를 노출시킨 채 작품을 끌어 나간다. 진범 찾기에 힘을 뺄 필요도, 궁금치 않은 악마의 탄생기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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