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반의 장미`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손담비. 사진 | 강영국 기자 |
“가수 시절의 섹시하고 도도한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연기자로 전향한 후에도 계속 그런 느낌의 캐릭터가 들어와 일부러 피했어요. ‘넘을 수 없는 벽인가’라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더디게 돌고 돌아온 것 같기도 해요. 이제 섹시한 연기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때 ‘배반의 장미’를 만났어요.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는데다 하고 싶었던 역할, 새로운 도전이니 고민 없이 덥석 잡았죠.(웃음)”
가수 겸 배우 손담비(36)가 코미디 영화 ‘배반의 장미’(감독 박진영)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코믹, 섹시 연기는 물론 스크린에서 주연을 맡은 것도 처음이다. “첫 주연인데다 코미디 장르는 처음이라 걱정도 부담감도 컸다”는 그는 “정상훈 김인권 등 함께 하는 배우들이 워낙 ‘코믹꾼’들이다 보니 묻어갔던 것 같다. 정말 비상하고 순발력도 뛰어난 분들이라 배울 게 많았다”고 말했다.
가수로서는 늘 정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그녀. 배우로 전향한 이후 기대 만큼의 큰 사랑을 받진 못했지만 꾸준한 행보로 차츰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느리더라도 길게 보고 하나 하나 쌓아가고 싶었다. 더디더라도 충실하게, 가수 때와는 다른 이미지로 ‘연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는 “가수시절 이미지를 깨는데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 그로 인한 선입견, 각종 장벽이 높아 힘들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너무 정신없이 보냈던 가수 시절보단 행복했다.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배우가 꿈이었는데 가수로 먼저 데뷔를 하게 됐고, 큰 사랑을 받았지만 그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어요. 여유도 없고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점점 더 많이 느꼈죠.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고 자꾸만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자로 전향한 이후부터는 보다 여유롭게 내 자신을 다독이며 이전 보다 훨씬 건강하게 온 것 같아요. 좀 더 일찍 연기를 시작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큰 후회는 없어요.”
그렇게 10년간 우직하게 달려온 배우의 길. 주로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를 만나온 그녀가 ‘탐정2’로 스크린에 데뷔하더니 ‘배반의 장미’에서는 비로소 주연까지 꿰찼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고 하니, “다른 건 아무 욕심 없다. 그저 연기력에 대한 칭찬에 늘 목말라 있다. 이전보다 조금은 더 연기력이 늘었다는 소릴 들었으면 좋겠다. 그것밖엔 바라는 게 없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그녀였다.
↑ 손담비는 `섹시가수` 꼬리표를 떼기 위해 긴 시간을 돌고 돌아왔다. 사진 | 강영국 기자 |
아직은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배우 손담비. 악역은 물론 액션, 멜로 등 안 해본 건 다 해보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그녀. “다른 건 다 할 수 있는데 아직 ‘베드신’은 못 하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는 “아직까지, 특히 영화에는 완전 초짜라 안 해본 게 많다.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고, 경력을 쌓고 노출 연기는 이후에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엄두가 안 난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어떤 작품이든, 역할이든 기회가 온다면 다 도전해보고 싶다. 연기에 대한, 성장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크다. 늦었지만 힘들게 충무로에 입성한 만큼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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