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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푸른 해'가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웰메이드 장르극으로서의 순항을 예고했다.
지난 21일 첫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 연출 최정규)에는 다정한 아내, 자상한 엄마,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아동 상담사 차우경(김선아 분)이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기묘한 일들을 겪게 되는 내용이 담겼다.
차우경은 스스로 계단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은 어린 아이 한시완(김강훈 분)의 상담을 맡게됐다. 시완은 우경의 노력에도 전혀 자신의 이야길 들려주지 않았으나 우경의 딸이 뱃속의 동생을 기다린다는 말에 "동생 있어도 좋은거 아니다"라고 답했다. 시완이 망설이다가 덧붙인 내용은 "내 동생은 죽었으니까". 깊은 상처를 마음에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경은 이날 병원 검진을 마치고 시완의 상담을 위해 회사로 복귀하던 길에 교통사고를 냈다. 우경은 자동차 전용 도로인 다리 위에서 달리던 중 갑작스레 튀어나온 초록색 원피스의 소녀를 보게 되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로 치고 말았다. 병원으로 옮겼으나 안타깝게도 아이는 사망했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 우경의 남편 김민석(김영재 분)과 담당 변호사는 아이의 부모님이 나타나지 않아 사고 처리가 쉽다며 좋아했고 우경만이 "아이가 죽었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데 잘 됐다고?"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벌어진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들을 죽인 남편을 도와 아이의 시신을 불태운 비정한 엄마 박지혜가 출소 3일 만에 외딴곳에서 소사체(화재로 사망한 시신)로 발견된 것. 부검 결과 박지혜는 불에 탔을 당시 살아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즉각적인 마취 효과를 내는 전문 의약품이 체내에서 발견돼 자살보다는 타살 사건으로 기울었다.
박지혜와 사회의 접점을 찾아가던 형사 강지헌(이이경 분)은 김선아와 접점을 찾게 되고 김선아의 협조로 의약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유력 용의자인 한 의사를 알아낸다. 용의자를 찾아 간 용의자의 고향집에서 이이경은 용의자 배에 박힌 칼을 쥐고 있는 전수영(남규리 분)을 보게 된다.
이날 '붉은 달 푸른 해' 첫 방송은 1시간 동안 3건의 사건으로 김선아, 이이경, 남규리가 극에 등장, 얽히게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1시간이 어떻게 흘러간지 모를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은 시청자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김선아(차우경 역)의 말이 필요없는 완벽한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선아는 자신이 사고를 낸 아이를 사망을 안타까워하며 아이의 비극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분노하는 모습과 아이를 그리며 끝까지 책임을 지려는 모습 등 찾아보기 힘든 진짜 '어른'을 연기했다. 사건의 전개로 변화하는 섬세한 감정의 변화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이경(강지헌 역)은 평소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주던 장난스러운 이미지가 조금도 없는 열혈 형사 역을 맡아 기대 이상의 호연을 보여줬다. 막막한 사건을 작은 실마리라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다소 절차를 무시하고서라도 범인을 잡기 위해 직진하는 모습 등 진지하면서도 날카로운 형사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남규리는 출연 부분이 많지 않았지만 사건 현장에 흉기를 들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존재감을 뽐내며 앞으로의 극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선아가 "대본이 재미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것처럼 대본 역시 훌륭했다. 복선으로 보이는 여러 장치들뿐만 아니라 사건 현장에 남겨진 시 구절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이날 사건 현장들에 남겨진 '보리 밭에 달 뜨면'이라는 서정주 시인의 시 '문둥이' 구절은 후반부로 갈때까지 어떤 역할을 하는 장치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엔딩 장면에서 김선아가 "애기 하나 먹고"라는 시의 뒤 구절을 읖조려 다음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지상파 드라마는 모든 연령대의 시청자를 고려해야 하는 채널 특성상 담을 수 있는 장면의 범위가 한정된다. 이에 장르물은 지상파보다는 종편, 케이블 채널 쪽이 강세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고 그동안 지상파의 장르극 시청률 성적 역시 저조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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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방송화면 캡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