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오이디푸스’ 황정민, 제대로 미쳤다
연극 ‘오이디푸스’의 황정민, 그는 제대로 미쳤다. 황정민의 연기는 무대를 넘어서 관객들을 덮치고 극장의 모든 사람들을 고통과 전율 속으로 밀어 넣는다. 말 그대로, 황정민의 연기는 제대로 미쳤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 원작의 작품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버려졌지만, 결국은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진실과 직면한 뒤 고통에 몸부림치는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이디푸스 역은 미친 연기력으로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한국 영화계의 대표 배우 황정민이 맡았다. 황정민은 지난해 10년에 무대 복귀작인 연극 ‘리차드3세’를 성공적으로 이끈 뒤 1년만에 ‘오이디푸스’로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황정민은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로 변신해 관객들과 만난다.
무대로 돌아온 황정민은 ‘리차드3세’보다 파워가 붙은 모습이다. ‘비극’이라는 명확한 굴레 안에서 발버둥치는 오이디푸스의 고뇌는 황정민을 만나 더욱 큰 비극이 되고, 황정민은 오이디푸스 그 자체가 돼 발버둥 친다. 오이디푸스가 된 황정민은 관객들을 가뭄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테베의 시민들로 만들어 함께 고통 받고 진실에 절규하게 만든다.
테베를 구한 영웅의 당당한 얼굴부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 형제이자 자식을 만들어낸 사람이 자신이라는 악몽같은 진실을 알고 절망하는 한 명의 작은 인간의 모습까지 한계 없는 연기를 선보인 황정민. 그러나 ‘퉁퉁 부은 발’의 오이디푸스는 마지막까지 괜찮다며 “내 발로 걸어가겠다”고 읊는다. 비극적 운명을 접했지만 끝까지 의지를 잃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아련하게 그려내는 황정민의 모습은 관객들의 가슴을 때린다.
완벽한 ‘오이디푸스’를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건 무대 위 태산 같은 배우들이다. 신탁을 피해 갓 낳은 아이를 버리지만 되돌아온 진실에 절망하는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역을 맡은 배해선, 진실을 알고자 하는 오이디푸스를 양치기에게 안내하는 코린토스 사자 역을 맡
연극 ‘오이디푸스’는 오는 2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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