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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악질경찰’ 포스터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MBN스타 신미래 기자] ‘악질경찰’ 두 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그러나 남는 것은 없었다.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악질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청소년관람불가인 이 영화는 초반부터 주인공 조필호(이선균 분)의 욕설로 시작한다. 이는 캐릭터의 불량적인 면모를 두드러지게 하는 장면이나 무분별하게 욕설이 쓰인다는 점에서는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인물의 대사나 행동은 격해지면 그에 따라 관객도 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폭력, 폭언, 욕설 장면은 오히려 관객의 몰입도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악질경찰’은 후자였다. 주인공의 일반적인 말보다 욕설이 더 많아, 주인공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잊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중간에도, 끝나고 나서도 ‘왜 굳이?’라는 의문을 떨쳐낼 수 없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부분이다. ‘악질경찰’에서 세월호 참사는 중요한 이야기였음이 틀림없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친한 친구를 잃은 고교생 미나(전소니 분)의 아픔을 표현하는 과정을 그려야 했기 때문. 이정범 감독은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2015년 단원고를 갔을 때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받았던 충격을 기점으로 세월호 참사 관련 자료를 수집하면서 이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였어야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세월호 참사가 아니어도 될 듯은 전개였다. 그저 이야기의 일부의 소재로 사용되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해당 장면은 단지 관객에게 뇌리에 박힐 수 있는 장면을 심어주기 위한 설정에 불과하다고 느껴졌다. 악질 경찰 조필호(이선균 분)와 악역 권태주(박해준 분)의 대립과 세월호 참사, 두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객은 이와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궁금증보다 의문이 앞서게 된 영화였다.
세월호 참사를 영화 소재로 다룬 다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유가족 혹은 참사로 인해 상처를 받은 이들을 위로하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그들을 기억해야한다는 깊은 의미를 선사한 좋은 작품의 예이기도 하다
‘악질경찰’은 킬링타임 영화로도, 메시지를 주는 영화로도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처럼 강렬한 액션과 그로 인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고, ‘생일’처럼 진한 감동을 안겨주지도 않았다.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듯 영화를 보고 난 후 어떤 것도 남지 않았다. 신미래 기자 shinmirae9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