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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프랑코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미셸 프랑코는 멕시코 출신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으로, 연출 데뷔작부터 줄곧 유의미한 문제작들을 선보였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모든 영화에 각본으로 참여해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전달함은 물론 감정의 끝을 보는 연출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미셸 프랑코의 연출 필모그래피에는 총 4편의 영화가 존재한다. 그중 2009년 제작된 ‘다니엘 & 아나’를 제외하고 모두 칸 영화제에서 수상해 뛰어난 연출력과 탄탄한 집필 실력을 인정받으며 ‘칸의 총아’라는 수식어까지 거머쥐었다.
전 세계를 매료한 매력적인 스토리, 인간 감정의 극단을 집요하게 포착해온 그는 현재 알폰소 쿠아론, 기예르모 델 토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를 잇는 차세대 멕시코 거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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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애프터 루시아’ 사진=영화 ‘애프터 루시아’ 포스터 |
◇ 차갑고 건조한 수작 ‘애프터 루시아’
2013년 국내 개봉한 ‘애프터 루시아’는 제65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했다. 교통사고로 로베르토(헤르난 멘도자 분)는 아내를, 알레한드라(테사 라 분)는 엄마를 잃는다. 이후 멕시코시티로 이사한 부녀는 각자 새로운 직장과 학교에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한 개의 동영상으로 인해 지옥을 살게 된다.
알레한드라를 괴롭히는 10대들은 청소년의 탈을 쓴 악마와 다름없다. 이로 인해 알레한드라는 엄마를 여읜 와중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비극적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알레한드라가 고통을 토로하지 않는 데 있다. 미셸 프랑코는 불행한 이 소녀의 얼굴에서 표정을 지우고 그저 감내하는 심정만 부여한다.
여기서 미셸 프랑코의 건조한 화법이 힘을 얻는다. 냉정함을 유지하는 카메라의 시선은 결말의 파장을 더욱 크게 만들고, 인물이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을 때 공포감이 엄습한다. 결국 로베르토는 딸을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마지막 행동을 수행한다. 매우 충격적인 결말을 놀랍도록 건조하게 담아낸 감독의 냉철한 판단은 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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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로닉’ 포스터 사진=씨네룩스 |
◇ 좋은 각본으로 완성된 ‘크로닉’
2016년 국내 개봉한 ‘크로닉’을 통해 미셸 프랑코는 제68회 칸 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거머쥐었다. 이 영화는 환자들을 돌보는 데 헌신적인 호스피스 간호사 데이비드(팀 로스 분)의 고독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크로닉’ 역시 ‘애프터 루시아’처럼 건조하고 절제된 화법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극 중 데이비드는 많은 환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목도한다. 혹자는 타인의 죽음으로 인해 성장하기도 한다지만 데이비드에게 그건 다 망상에 불과하다. 그는 그저 생의 마지막 장을 남긴 사람들 옆에서 똑같은 시간을 보낼 뿐이다.
미셸 프랑코의 장기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극단을 파헤치면서도 울부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마냥 행복하거나 기쁜 것도, 우울하거나 슬픈 것도 없어 보인다. 내색하지 않은 채 감정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힘은 미셸 프랑코의 영화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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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이프릴의 딸’ 포스터 사진=엣나인필름 |
◇ 전통을 전복하는 문제작 ‘에이프릴의 딸’
미셸 프랑코의 작품들은 모두 전통을 뒤엎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새로이 내놓은 신작 ‘에이프릴의 딸’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개봉한 ‘에이프릴의 딸’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엄마 에이프릴(엠마 수아레스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소원하게 지내던 딸 발레리아(안나 발레리아 베세릴 분)의 앞에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미셸 프랑코는 이 영화로 제70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수상해 ‘칸 3관왕’ 타이틀을 얻었다.
전작들에서도 인간의 이면을 냉철하게 응시하던 미셸 프랑코는 이번 영화에서도 모성보다 욕망이 앞서는 에이프릴을 통해 욕망, 모성, 가족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도한다.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감정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어두운 면을 드러낼 수 있는
미셸 프랑코가 다시 한 번 인간의 극단을 낱낱이 파헤친 웰메이드 문제작 ‘에이프릴의 딸’이 일으킬 반향이 주목된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