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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녜스 바르다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순수한 마음으로 영화 예술을 사랑한 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지난 3월 28일 90세 일기로 타계했다.
‘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영화인들은 고인의 생전 예술 정신을 기리며 애도를 표했다. 특히 아녜스 바르다를 너무나 사랑했던 프랑스의 매체들은 그를 오마주하는 기사를 통해 진심을 다해 추모했다.
비록 아녜스 바르다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예술 작품들은 영원하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새로운 도전과 혁명을 멈추지 않았던 아녜스 바르다의 정신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에너지를 내뿜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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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녜스 바르다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유일한 여성감독
바르다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누벨바그’는 1950년대 후반에 시작돼 향후 10년 이상 지속된 프랑스의 영화 운동이다. 기존 형식을 타파하고 전통적인 영화 언어에 대한 혁신을 추구했던 이 경향은 무너져가는 프랑스 영화 산업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됐다.
바르다는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유일한 여성감독이다. 지금보다도 훨씬 보수적이던 당대를 떠올리면 바르다의 출현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감독이기 전에 사진가이자 설치미술가이기도 하다. 루브르 학교에서 예술사를 공부하고 사진작가로 활동한 바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바르다가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인 만큼 청년 시절 엄청난 시네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르다는 생전 한 인터뷰를 통해 스물다섯 살까지 관람한 영화가 채 10편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전통적이고 형식적인 영화를 접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만의 신선하고 개성 강한 작품들을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눈 감는 순간까지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화두를 던져온 바르다는 1960년대부터 여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 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입장과 관점이 잘 담겼다는 평을 받은 영화 ‘방랑자’(1985)는 제4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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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 사진=‘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 스틸컷 |
◇ 영화 에세이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
바르다의 첫 장편영화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1955)은 영화 에세이라고 불릴 정도로 낭만적이며 리얼리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프랑스 대표 영화 평론가 조르주 사둘은 “진정한 첫 번째 누벨바그 영화”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바르다는 이 영화를 통해 기존의 영화 언어를 철저히 파괴했다. 그의 나이 26살 때 일이었다.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은 많은 예술가들이 견지해야 할 실험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에 칸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이 보여준 창의성과 실험에 대한 예우”라며, 스태프 등을 밟고 서서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을 촬영하는 바르다의 모습을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에 담아 헌정했다.
이와 함께 바르다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긴 영화는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1962)다. 다큐멘터리적 시도가 돋보이는 극영화로, 그의 다수 작품이 그렇듯 한 여성의 삶을 관찰한다. 가수 클레오(코린느 마챈드 분)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파리를 정처 없이 걷는다. 이때 아녜스 바르다는 클레오가 거리를 배회하는 시간과 영화 러닝타임을 일치시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함은 물론 영화적 성취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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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포스터 사진=알토미디어 |
◇ 길이 남을 유작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는 바르다의 65년 예술 인생을 아우르며 그 자신이 사랑한 것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별 선물이다. 하나의 사물을 보더라도 좀 더 유심히, 애정을 담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이 담담하고 사랑스럽게 녹아있다.
바르다는 영화 속에서 세 가지 키워드인 영감, 창작, 공유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특별한 영화 세계를 들려준다. 아울러 바르다가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호기심의 눈’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바르다는 이번 작품에 대해 “내 영화의 원천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긴 세월 영화를 만들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었던 바르다의 마지막 이야기는 형언 못할 울림을 안길 것이다. 오는 30일 개봉.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